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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Oct 20. 2021

"할 수 있어" 말이 주는 힘

회사에서 '공부'를 시킨다.

나와 전혀 무관한 IT분야의 지식을 익히고 자격증까지 취득하라고 한다.

필기와 실기 모두 합격해야 자격증이 취득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는 경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한다.

오랫동안 학문에 손을 놓고 있던 난 '그냥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 이건 나의 길이 아니라는걸.

수십번 포기했다. 포기하고 공부를 안하겠다고 했더니 어떤 직원이 내게 말한다.

"이건 안한다고 안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회사에서 이렇게 밀고 있는데.."   

공부하는 직장인-회사에서 강제로  시키는 IT공부


지난번 썼던 후기이다. 난 이 시험에 결국 합격했다.

주말,명절,평일 휴가,퇴근 후 저녁 모든시간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정말 눈물겨울정도였다.

원래 공부머리가 없던건지 머리가 굳은건지 모르겠으나 전자에 가까운듯하다.


회사생활을 하며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겠다고 할 때 누군가는 말한다.

"저는 대학 4년동안 이 공부를 해왔으니 상대적으로 쉽게 되긴 했어요. **님도 도전해보세요!"

"어려울걸요. 그래도 도전은 해보세요. 아니다 싶으면 빨리 때려치구요. 힘내시구요. "

이 정도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만났던 최악의 꼰대상사는 이런 말을 했다.

"일을 해야지. 일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

"그쪽 업무하는 나영(가명)님한테 오라고 해. 굳이 네가 공부하지 말고. 걔 오라그러면 되잖아."

내가 공부하고 자기계발 하는걸 상당히 경계했다. 공부할 시간에 야근을 더 해서 일을 하길 바랬다.

어떤 말을 해도 말문이 턱 하고 막힌다.


새로운 지점에 발령받아 함께 일하는 동료들 중 나를 고평가해주는 동료를 만났다.

그는 이 시험에 먼저 합격했다. 솔직히 난 충격이었다.

그는 공부머리가 상당했으며,  집중하면 무서울정도의 습득력과 이해력을 갖고 있는듯했다.

먼저 합격한 그는 내게 이런말을 달고 살았다.

"**님, 할 수 있어요. 제가 **님 봐왔을 때 충분히 할 능력치가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진짜 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님은 본인이 모르는 능력이 있다니까요"

몇번을 포기하다가 이 말을 듣고 힘을 받아 다시 집에 와서 책을 잡았다.

그럼에도 상당히 어렵고 어렵다. 머리를 부여잡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혹시 이 사람이 나를 조롱하는건 아닐까....?'

'이 직원이 정말 내 편인걸까...? 내가 합격하지 못할걸 알고 괜히 해보는 말은 아닐까'

참 삐뚤어진 생각들이 몰려온다.  

이 직원을 피해다니고 싶었으나 같은 사무공간에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다음날 또 그 직원은 내게 말한다.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충분히 그래도 돼요."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들었다고 얘기하니 이렇게 답한다.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요!! 그렇게 끝까지 자신을 믿고 쭉 가보세요."

다시 책을 잡다가 또 잡다한 생각에 빠져든다. 20분 강의를 들었는데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내 머리가 공부하길 거부하나보다..'


그러는 그는 여전히 내겐 칭찬모드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되어 선생님에게 격려받는 느낌이다.

"일을 하다 보니까 **님은 좋은 머리를 갖고 있는듯해요. 솔직히 저는 그런 머리가 없어요. 저도 합격했는데 **님이 못하겠어요?"

"여기 단원에서는 이게 중요하고, 저쪽 단원에서는 저걸 반드시 알아야해요. 스스로 공부해야해요. 공부해야 알 수 있는거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칭찬을 다 하면서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을 보니 나를 조롱하는것 같진 않다.

내게 할 수 있는 온갖 칭찬을 다 퍼붓는다. 그 힘으로 나는 수없이 포기했던 그 공부를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했다.  


만약 그 직원이 없었다면 난 이 시험에 결코 합격하지 못했을것이다.

몇달간 난 그 힘으로 포기했던 책을 다시 부여잡았고, 할 수 있다는 말을 귀에 박힐만큼 들었기에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었고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시험은 회사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합 격' 이 두 글자를 받고 나서 바로 느꼈다.

'내가 이런 시험에 합격도 해보는구나..'

나조차도 스스로 결코 이뤄내지 못할거라고 믿었으나 누군가의 칭찬과 격려의 공이 상당했다는걸 인정해야했다. 그 동료가 내게 이 두 글자를 선물해준것과도 다름없었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학군을 왜  따지는지, 공부하는 환경이 왜 중요한지 , 내 곁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인생이란..? 살아가면서 이런사람을 다 만나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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