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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Oct 20. 2021

신비한 농촌체험 : 시골은 보물창고

할머니집에서의 일일 농촌체험

어린시절 [시골쥐와 서울쥐]를 읽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서울쥐가 될테야!! 서울 사람이 되어 도시생활을 하며 살아갈테야!!"

시골에 사는 친구들이 도시를 동경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이 그 열망은 강해졌다.

서울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가 가끔 시골에 계신 할머니집을 찾게 된다.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찾아오지는 못하지만 올 때마다 한가득 짐을 안고 간다.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난 가지가 나무에서 열리는지 몰랐다. 그렇다고 고구마처럼 땅에 묻어있던걸 파낸다고 생각했던것도 아니다.

관심이 없었던것일까. 그럼에도 가지가 나무에 걸려있는걸 보고 참 놀랐다.

외삼촌이 잘 익은 가지 몇개를 싹뚝 잘라내어 가져가라고 하신다.

할머니는 우리를 주겠다고 땅콩을 말려놓고 계셨다. 이 땅콩을 보다가 할머니를 보면 그 정성과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돈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친환경 배추이기 때문에 달팽이와 벌레들이 배추잎을 모두 파먹었다.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그제 저녁에는 외삼촌과 한밤중 밖에 나가 휴대폰 불빛으로,

배추잎에 붙어 잎을 갉아먹는 달팽이들을 모두 떼어 산속으로 던져버렸다.

아침에 다시 보니 달팽이는 사라졌으나 배추속 깊은곳에 징그러운 배추벌레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외관상 좋지 않은 이런 배추잎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농약을 칠 수 밖에 없다고 ..!

배가 고플새도 없이 자연이 마련해준 풍족한 밥상으로 아침,점심,저녁을 먹는다.

그 날 점심 후 후식은 수육 그리고 밭에서 따온 고추가 있었다.

할머니와 여러 친척들과 밥을 먹다가 고추가 다 떨어지면 누군가가 밖에 나가 고추를 한가득 따서 밥상에 놓아준다.

그러다가 살짝 배가 심심해질즈음 , 친척분께서 이런 말을 하신다.

"간식 먹고싶니? 나가서 대추 따먹어!"

평소 잘 먹지 않는 대추인데, 내 손으로 대추를 따서 물에 씻어 입에 쏙 집어넣는다.

달달한 배추는 내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고구마를 캐고 나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9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그 와중에 멀쩡했던 땅을 파내어 가장 크고 굵은 고구마 3개를 더 찾아냈다.

분명 내 눈엔 흙만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걸까.. 할머니는 내가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 있나보다.

인근 야산의 감나무에는 싱그러운 감이 한가득 달려있었다. 바로 따서 한입 베어먹으니 정말 달고 맛있다.

이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드시겠다고 한다. 까치 줄거 몇개 빼고 손에 닿는건 전부 땄다.

이렇게 거대한 호박이 수풀사이에 숨겨져있다.

'신데렐라의 마법마차가 곧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싶을만큼 매우 크다.

오묘한 이 색감은 어찌 말로 표현하리오. 어찌나 고운 색감인지,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

가장 오른쪽에는 무를 심어놨다고 한다. 아직 덜익은 상태인듯한데 나중에 호미로 파내다보면 거대한 무가 뽑혀질 예정이라고 한다.   


내 몸이 자연식을 잘 받아들이나보다. 무엇을 먹든 속이 편안하다.

농촌은 풍족했고 여유로웠다. 자연의 힘과 신비를 고스란히 느끼며, 짐을 한가득 들고 난 다시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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