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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Oct 24. 2021

아직은 혼밥이 어색한 직장인에게..

지금 지점으로 발령받기 전 , 나는 꼰대 집합소에 있었다.

특히 나와 함께 일했던 여자 상사는 남을 평가하는걸 매우 즐겨했는데, 절대로 좋은 얘기는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예리하게 비꼬아서 보고, 그걸 다른 동료 상사들에게 슬쩍 언급하는걸 취미 삼았다.

본인에 대한 평판과 이미지는 어떤지도 모르는 채..


"**이가 요즘 밥을 혼자 먹는듯하더라고요. 다른 애들끼리는 약속 잡아서 잘 다니는듯한데... "

아주 어쩌다가 다들 약속이 있는 날, 내가 혼자 남아 밥을 안 먹거나 혼자 먹게 되면 이런 식으로 말을 흘린다.

혹시나 이 상황이 몇 번 지속된다면, 내 이미지는 점점 은따를 당하고 못 어울리는 이미지로 굳어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주니어 내부 소통창을 본인이 마음껏 판단하여 시니어급에게 알리는 역할을 일삼았다.


무시하고 다니면 되었지만 , 내 이미지가 점점 안좋은 방향으로 굳어가게 되는 느낌 그리고 괜히 묘하게 신경쓰이는게 너무 싫었다.

잠깐의 뜬소문을 무마하기 위해 동료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내비춰 보여줘야한다.

'저 왕따 아니고 잘 어울리고 있거든요!'

시간이 지나며 어린아이도 아니고 밥먹는것조차 언제까지 그들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하는지 숨이 막혀왔다.


지금 지점으로 발령받은 후 참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있다.

"저 오늘은 혼자 먹을게요!" 하며 무리에서 이탈하는 직원들이 꽤 있는 것이다.

"**님은 저렇게 혼자 나가서 먹는거 즐겨하더라구요 ㅎㅎ"

그렇게 나머지 멤버들은 삼삼오오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혼자 밥 먹는 내 모습을 보면 어떡하지?'

예전 지점에서라면 내가 왕따가 아니라는 나만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을것이다.

'왜 오늘 혼자먹게 되었냐면...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마음에 안들고... 누가 같이 가자그랬는데 그냥 가고 싶지 않았고... ...'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물어보면 당당하게 대답하면 된다.

"혼자 밥먹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러 왔어요!"

 

약속이 없는 날이 한달에 한 번씩은 생기는듯하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 나 혼자의 밥상을 즐긴다. 최대한 멀리 걸어나가 맛집이 보이면 여유롭게 밥을 먹고 차를 한잔 손에 든 채 자리로 돌아온다.

"점심 드셨어요?" 간혹 어떤 동료는 이렇게 짧게 물어본 후 본인의 일에 매진한다.


지난주에는 혼자 순대국을 먹었다.

4-50대가 가득한 곳에서 혼자 순대국을 먹으니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지만 ,

나는 순대국을 좋아하니까 순대국을 먹는것이다.

혼자 메뉴를 정해서 먹는것이니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1시간. 나는 그 1시간동안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산책도 하고, 커피도 사고..

때로는 바빠서 미처 가지 못했던 은행도 가고, 당근마켓에 기웃거리는 시간도 갖고, 인터넷 쇼핑을 하기도 한다.

어색함과 이상함이 공존하는 시간, 그러나 이 시간만큼은 업무시간 내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수많은 직장인들은 혼밥을 경험해본적이 거의 없을 뿐더러 '눈치'보느라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함께 밥먹는 동료가 싫을 때도 있고, 오늘의 점심 메뉴가 싫을 때도 있다.

매일 프로 혼밥러가 되는것은 굳이 추천하진 않지만, 가끔은 무리를 이탈하여 내 자신과의 데이트를 즐겨보는건 어떨까.

그래도 가끔은.. 꽤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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