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이 정규직으로 되는 과정
대기업 9년차가 바라보는 조직
“왜 우리 파견 부서원들만 정규직이 되지 못한건가요? 다른 부서에는 정규직 된 인력들이 꽤 있잖아요.”
한 회사, 한 그룹에서 6-7년이란 기간동안 머물면서 비참한 상황을 참 많이봐왔다.
“저 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어요. 복지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업무도 나름 만족해요.”
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파견 직원들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는 상황, 그리고 그 날 절망에 빠진 그들의 얼굴을 끊임없이 보아왔다.
다른 부서의 수많은 파견, 계약 인력들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될 때도 우리 부서에서는 단 한명도 정규직까지 다다른적이 없었다. 통탄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난 피도 눈물도 없어진 사회인이 다 되었나보다.
나 : “우리 부서 파견직원들은 인성도 좋고, 일도 정말 성실하게 하고, 정규직만큼 일도 많이 받아서 하는데 왜 정규직이 되지 못한건가요?”
상사 :“왜 그 애들이 다 정규직이 되지 못했냐고? 생각해봐. 걔네들은 성실하게 열심히만했지 성과가 없었잖아.”
나 :“무슨 성과요? 생각해보세요. 우리 근무시간동안 주어진 일만하기에도 바쁘잖아요. 그리고 이 직군이 매출을 담당하는 영업도, 돋보일 수 있는 마케팅도 아니고.. 성과를 내기엔 어려운 위치 아닌가요?”
상사 :“왜 없겠어? 스스로 찾아봐야지. 야근을 해서라도 뭔가 창출해내야지. 자기만의 돋보일 수 있는걸 보여줘야지. 그래도 정규직은 될까말까인데..”
솔직히 정규직인 내가 생각해도 ‘성과물’을 내고 있는 정규직원 또한 본적은 없다.
모두가 주어진일을 처내는 일을 하고 있었을뿐. 그럼에도 파견직에서 정규직이 되려면 그 어려운걸 스스로 생각해서 창출해내야하는구나 싶었다. 나 또한 방법은 모르지만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부서에서 오랜기간 있다가 다른 지점의 부서로 발령받게 되었다. 그 부서에도 파견직이 있었다.
전 부서에서 온갖 부조리한 상황을 맞딱드리며 고생만 해 온 내가 봤을 때, 그 파견직원들이 눈에 띌 만큼 특출나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인정받고 있었다.
‘어떻게 인정을 받게 된걸까. 정규직이 된 직원은 어떻게 될 수 있었던것일까’ 궁금했다.
그 내막을 옆자리에 앉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파트장은 그 파견직원이 군말없이 시키는일도 열심히 하고 반듯한 인성을 갖고 있는것에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어느날 그를 부른다.
“**(파견직원)아, 여기 와볼래? 내가 여기까지 해놓고 틀은 다 짜놨어. 나머지는 채우기만 하면 돼. 전혀 어렵지 않으니까 너가 하고.. 위에다가는 전부 너가 한걸로 보고할게”
옆에서 듣던 난 충격이었다. 전 부서에서는 아래직원이 한 일도 빼앗아 본인의 공으로 어떻게든 돌리려는 상사들만 봐오며 난 회사조직에 대한 불신이 컸던 터였다.
“**(파견직원)아, 다음주 내내 &&프로젝트가 있어서 아침 7시 30분까지 와야하는데 .. 혹시 괜찮겠니?”
조심스럽게 묻자 그 직원은 전혀 문제없다고 말하고 아침 일찍 출근한다.
파트장은 이 일을 두고두고 기회가 될때마다 부서장부터 팀장에게 어필한다.
“우리 파트 **이한테 그 프로젝트 기간 내내 아침 7시반까지 출근해달라그랬더니 심지어 7시에 출근했어요. 그 층에서 혼자서만 제일 일찍 왔더라구요. 심지어 팀장님보다 더 일찍 출근했던데요. 그 프로젝트 내내 **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온갖 상황을 다 끌어오며 그 파견직원을 밀어준다.
작은일도 크게 만들어 어필하고, 별거 아닌일도 대단한 큰일로 잘 포장하여 말한다.
그리고 부서원들과 부서장까지 함께 그 파견직원을 열심히 밀어주고 어필하며 정규직의 자리로 이끌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보는 상사 유형이었다.
나에겐 전 부서에서 비일비재했던 일들이었고, 나의 직속 상사는 ‘그깟 별것도 아니잖아’하며 모든일을 별거 아닌 작은일로 치부했던 터였다.
한동안 과도한 업무로 새벽에 퇴근해도 그는 매일 새벽에 퇴근한것도 아니고 몇 번 새벽에 퇴근한 일뿐 이라고 생각하는듯했다. 업무를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다고 했고, 어쩌다 나오는 작은 실수는 또 어찌그리 잘 찾아내는지 1년 내내 물고 늘어진다.
‘난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구나’ 자존감도 많이 깎였고, 내가 하는 모든일이 하찮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찮게 볼만한 모든일을 상사가 매의 눈으로 다 찾아내 그의 성과로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저지른 실수는 누가 볼세라 안보이게 다 덮어버리며 그를 사람들 없는곳으로 데려가 따끔히 질책한다.
발령받은 지점의 상사는 말한다.
“난 상관없어. 너네들이 잘 되면 돼”
전 부서 나의 상사들은 본인의 능력으로도 할 수 없는걸 어린 파견직원들에게 정규직의 조건으로 요구하는게 교묘한 가스라이팅이라는걸 알까.
맨 땅에 헤딩하며 첫 사회의 발을 내딛는 이들도 있고, 작은 회사에서 대기업정규직 희망을 품고 오는 그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를 주긴 커녕 뒷짐지고 지켜만 보고 있는 상사들은 정녕 누군가를 이끌어줄 위치에 있을만한 사람인가 싶었다.
여전히 그 부서는 수없이 많은 파견직원들이 오가며 교체되고 있다고 한다.
난 비로소 느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