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취업한 9년 차 직장인의 회고록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20대 초반, 빠른 나이의 취업은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미리 던져줬다.
지금 내가 회사에 있는 이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 캠퍼스에서 다양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을 텐데..’
‘다른 친구들은 해외 유학도 가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6개월 정도 휴학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으며 푹 쉬었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인맥도 쌓고, 서로 나이에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있는데..
그런데 난 3-40대만 가득한 답답한 사무공간에 앉아있다.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나, 이래도 되는 걸까.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고 사회생활에 일찍 발을 들여 소속감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안정감을 주었으나, 또래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경각심을 던져줬다.
그럼에도 엄청난 야근, 주말출근을 몇 년간 반복하다 보니 무언가를 생각할 시간도 없었고 인생에 ‘내’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인생의 주인공을 회사가 차지해버린지가 언제였을까..
어느 날, 20대 중반에 이르러 정신을 번쩍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만 하며 20대를 통으로 날리고 싶진 않았다. 이때 인생의 무언가를 놓치고 살고 있진 않을까 나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빛나는 20대, 무엇보다 또래에 비해 경험적인 면에서 부족하고 싶지 않았다. 입사한 이후 책도 읽고, 요가도 배우고, 영어학원도 다녔다. 몇 년이 지나 여유가 될 때쯤 동유럽, 동남아, 중국, 일본, 중동 해외여행도 이곳저곳 다녔다. 옷을 유독 좋아하는 난 여러 종류의 다양하고 예쁜 옷을 입고 회사도 다니고 여행도 다녔다.
한 때 그림을 그리고 싶어 취미 미술학원에 다니며 미친 듯이 그렸다.
종교 단체 활동을 하면서 누리지 못한 대학 엠티를 간접적으로 접하며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남자 친구도 만나 사랑도 듬뿍 받으며, 추억도 쌓고 다양한 경험도 함께 해보았다. 모든 것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풍족한 20대를 보내고 싶었기에 그럭저럭 알차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또래 친구들에게 20대에 회사생활을 일찍 시작하며 앞서 누릴 수 없었던 아쉬움을 말하면 그들은 말한다.
“아니야. 네가 나을 수도 있어. 우린 시간은 많되 돈이 없었잖아. 대학교 추억..? 취업 걱정돼서 캠퍼스 생활, 여유 그런 것도 없이 집에 콕 박혀 공부만 했어. 해외여행도 가는 애들만 갔지. 난 못 갔거든.. 뭐.. 인맥도 연락하는 사람들이랑만 하지. 별거 없어. 캠퍼스 환상 그런 거 없다니까. 그런 건 다 옛날 얘기야.”
회사원으로써 돈이라는 재화는 내 삶을 분명 풍족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필라테스, 미술 등 배우고 싶은걸 배우기,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밑천 장만, 부동산 수익화(집 매매), 가족과 외식, 여행에 내가 돈을 지불하여 추억 쌓기, 예쁜 옷을 입고 나를 예쁘게 꾸밀 수 있는 기회 등등
시간이 부족했던 난 퇴근 후 남는 시간들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고 지불했다.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고, 새로운 걸 접하고 경험하기 위해 나를 내던졌다.
회사 밖에서의 삶에도 비중을 두며 인생을 알차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끝에 어느덧 9년 차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덤으로 고통스럽기도 하고 즐거웠던 사회(회사) 생활을 겪어내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사회생활을 하면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라고 묻는 분들께 이렇게 답해본다.
-상대방의 무례함에 화가 났을 때 성숙하게 대처하는 법
-(나의 주관적인 잣대로 다른 이를 평가하지 않도록) 상대방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법
-나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평정심을 갖는 법
-외모, 집안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한 명의 동료로 진심 담아 대하는 법
-부당한 상황에 대처하며 반면교사로 삼아 나를 성숙시키는 법
-사소한 것에 상처받지 않는 법
-회사생활 중 취미, 운동 등 나의 일상 패턴을 잘 유지하는 법
등등..
어쩌면 이른 나이의 취업은 깨닫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인생의 진리들을 일찌감치 알려줬을 수도 있다.
이건 체감하고 깨달음이 필요하기에 돈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진리일 수도 있겠다.
배우고, 즐기고, 슬프고 아픈 기억 그리고 행복한 추억까지 모두 안고 이제 30대라는 또 다른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