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오빠

bgm.이승환-가족

by 맥켈란

어제 우리 집에 친정오빠가 다녀갔다. 사촌동생 장례를 치르며 삼 일간 고생한 장남이 집에서 쉬면 두 아들 육아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척하며 동생네 집으로 도망 왔다.(언니~미안. 이번만 비밀!) 암튼, 각자 결혼하고 단 둘이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라 살짝 설레었다.

툭.툭.툭. 오는 가을비와 함께 우리 집에 입장한 인겸 오빠. “배고파 배고파” 평소에 나라면 쟁반짜장과 탕수육을 시켜줬겠지만... 비 때문일까. 괜히 측은해 보여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냉장고에 달랑 두 개 남은 귤을 던져주며 쉬고 있으라 했다. 김치냉장고에서 새 김치를 썰고, 초딩 입맛 오빠가 좋아하는 김과 참치도 꺼냈다. 끓는 냄비에 떡이랑 대파, 칼국수 면을 투하! 마지막으로 계란도 풀어서 넣었다. 배불리 먹으라고 냉동실에 있는 얼려놓은 밥도 곁들여줬다.

호로록호로록. 그릇에 가득 남긴 음식들이 기분 좋게 순삭 됐다. 잠시 훌륭한 셰프가 든 기분이 들어 입꼬리가 올라갔다. 남자는 다 애. 잘해주니까 금세 아기가 된다. “나만 추운가? 으슬으슬해.” 그래. 오늘은 내가 다 해준다. 집에 있는 감기약을 주고 담요를 가져다줬다.

골프채널을 틀어놓고 소파에 파묻힌 오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를 골았다. 그렇게 네 시간이나 푹 자고 일어난 오빠의 기름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동캉스 진짜 좋다! 종종 너네 집으로 바캉스 와야겠어!” 오빠. 언제든지 와. 오빤 프리패스야!

우리 남매는 참 사이가 좋다. 맞벌이 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와서, 네 살 터울인 오빠가 나를 업어 키웠다. 집에서 둘이 놀다가도, 친구들이 부르면 날 꼭 세트로 데려갔다. 덕분에 나 역시 오빠 친구들과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다. 이태원 초등학교로 등교할 때도 내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갔다. 컵떡볶이와 슬러쉬도 자주 사줬다. 오빤 참 고마운 가족이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남매는 더욱 단단해졌다. 수능을 보고 며칠 후였을 거다. 성인이 됐으니 오빠가 한잔 사겠단다. (이미... 중2 때... 진로 두꺼비와 사랑에 빠졌었지) 지금은 추억 속으로 꺼져버린 피막골에 가서 홀짝홀짝 동동주를 퍼마시고 고갈비를 신나게 뜯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술병이 제대로 나서 3일 동안 침대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만큼 술을 먹여준 오빠가 참 좋았다.

오빠 방에서 캔참치와 소주를 즐겨마셨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잠자리에 든 엄마 아빠 몰래 속닥이며 마셨다. 오빠 연애사를 참 많이도 들었던 밤들이었다. 당시엔 남자를 잘 몰랐던 동생에게 여자들의 마음은 왜 그렇게 생겼냐며 많이 물었다. 그렇게 마시다 보면 새로운 게스트 오빠들이 오빠 방으로 슬금슬금 찾아왔다. 그렇게 다 같이 여자들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취해갔다. 귀여운 청춘들이었다.

이젠 우리 둘 다 독립을 하고 평생의 짝꿍을 만나 사랑과 가정을 일구고 살고 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건 새로운 가족들도 서로서로 애정이 깊다는 점이다. 종종 술자리를 함께 하고 여행을 간다. 신기한 건 아무 이유 없이 서로 얼굴만 봐도 미소가 번진다. 고민이 있으면 제일 먼저 털어놓고, 기쁜 소식이 있으면 “오늘 술 한잔 콜?”

세상에서 세 번째로 사랑하는 우리 오빠. 그리고 언니와 조카 태양이와 우주 곁에서 언제나 뷰티풀이고 싶다.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사랑이고 싶다.


bgm. 이승환-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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