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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아.
사랑하는 우리 조카 태양아. 고모야
고모가 우리 애기에게 쓰는 처음 쓰는 편지네?
이제 제법 읽을 줄 아는 거 같아서 널 향한 사랑을 종이 위에 끄적여본다.
태양아.
2014년 8월 1일. 네가 태어나기 하루 전날 밤이었어. 새언니가 곧 출산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고모는 우렁차게 울었어.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며 눈물을 쏟았어.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어. 엉엉 우는 고모 전화를 받고 놀래서 뛰어온 고모부 토끼눈이 아직도 선명해. 다음 날 유리창 너머 널 보는데도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아무도 안 울더라(너네 엄마 아빠도) 메마른 사람들.
태양아.
너라는 아이는 내겐 첫 사람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이렇게 소중하면 사랑한다는 말도 보잘것없구나라고 생각했어. 세상 끝까지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구나 하는 첫 사람이 바로 너야.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건강해져야 할 이유를 준 사람이 우리 태양이야. 그래서 고모는 네가 참 고맙고 귀해. 감사해? 고모를 자라게 해 줘서.
태양아.
우리 함께 한 추억들도 참 많다. 일주일에 한 번씩 너에게 얼굴도장을 찍었지. 고모부랑 처음 연애했던 나날만큼 고모는 주말마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 여행도 갔지. 제주도와 괌. 다녀와서 몇 날 며칠은 ‘괌, 괌’ 거리던 너의 조그만 입술에 뽀뽀 뽀뽀. 신나게 놀다가 밤에 고모 집에 갈 때쯤 신발 숨겨 놓는 너는 참...
태양아.
이제 형아가 됐네. 우리에게 우주가 온지도 6개월이 지났어.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왕좌를 뺏긴 기분이 든다는 말에 고모는 왜 이렇게 네가 짠했는지, 지금도 한편이 먹먹해. 그래서 언니랑 너에게 더욱 사랑을 주자며 두 손 맞잡았지. 고모는 거짓말 못해. 얼굴에 다 드러나. 고모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네 명 있는데 네가 이등이야. 분발해.
태양아.
사랑해. 태양이가 엄마 사랑하는 만큼 고모는 너를 사랑해. 늘 지금처럼 웃어주면 나는 바랄 게 없단... 밥 좀 잘 먹자. 똥칩 좀 그만 쏘고.
찬란하게 이름값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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