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쓰다 입이 써서 단 술을 마셨다.
글은 말보다 깊다.
한번 더 곱씹어 쓰게 되니까
정확하고 정직하게 정감 있게
‘나는 그러합니다’ 할 수 있다.
에세이를 쓰고 있다.
원래 계획은 장마와 함께 시작하려 했는데,
의욕에 졌다. 져도 된다.
기나긴 장마철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요즘 글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어 장마를 맞은 기분이다.
종일 쓰다 입이 써서 단 술을 마셨더니 보통보다 빨리 취기도 돈다. 글을 계속 쓰려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건강하고 비장한 생각이.
어깨가 뭉쳤다. 놀랄 일이다.
기자를 관둔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딱딱해질 일 없을 어깨가 다시 제법 무겁다.
조금 놀까 싶은데.
또 쓰고 싶은 글감이 떠올라 책상에 앉는다.
놀고먹던 한량이 쓴다. 부지런히 뭉근하게.
나 자신에게 놀라는 요즘인데,
나쁘진 않다.
박해영 작가와 같은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능력 밖 꿈도 꾸곤 한다. 내공을 키워야겠다.
마흔. 나는 아직 꿈나무다.
새벽 4시. 사비나앤드론즈의 My home을 듣고 있다.
선풍기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빙글빙글. 창을 열어나 새벽 공기 시원한데, 창문과 마주한 선풍기 덕에 맞풍을 만끽 중이다.
곧 해가 뜰 시간이다.
벌써 금요일이다.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