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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Jul 03. 2023

귀하고 신기한 인연. 이웃사촌

대치동에서 다운증후군 엄마로 살아가기


인연은 신기하고 귀하다.

어른이 될수록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보단 내 친구들 만나기에도 야속한 시간이다.


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에서 운영진으로 활동 중인 오빠. 같은 동 10층에 사는 부부와 친분이 생겼단다. 오빠가 우리와 같은 ‘딩크’ 같다고 하길래 궁금했다.


위원회 오프라인 모임까지 첨석 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오빠가 친해졌다는 ‘뽀로롱’님을 준비 위원회 오픈채팅방에서 찾았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6층에 살고 있는 맥켈란이에요. 써니 와이프예요. 좋은 분이시라고. 시간 되실 때 만나요!’


바로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제 이름은 ㅇㅇㅇ이에요. 번호는 010-0000-0000. 시간 될 때 꼭 봐요!’


인사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주말 해 질 녘 두 부부는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아파트 1층에서 만난 뽀로롱님과 남편 분. 피부과 의사답게 모공을 찾을 수 없는 하얀 얼굴을 가진 부부였다. 친하게 지내야지.


뽀로롱님 단골가게로 갔다. 개포동에 있는 주먹고깃집은 조금만 늦게 갔으면 웨이팅. 고깃집 주변에도 맛집이 즐비했다. 옆동네에 이렇게 힙한 곳이 있었다니 신나는 일이었다.


나만 새로. 세 분은 카스.

짠!


“반가워요!”


뽀로롱님이 구워준 주먹고기와 가브리살이 안주로 제격이었는데. 이 집 껍데기 맛집이다. 바짝 구운 껍데기를 씹으면 쫀득한 식감이 재미있고 고소하다. 소주 한 병 다 비울 때쯤 나온 칼칼한 김치칼국수는 “이모. 여기 새로 하나요.”를 불렀다.


나란히 앉은 뽀로롱님과 대화를 나눴다. 딩크는 아니었다. (오빠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의문이다.) 76년생 뽀로롱님은 고2, 고1 아들을 둔 학부모이다.


국제중을 졸업한 막내는 미국 텍사스에서 유학 중인데 여름 방학이라 한국에 들어와 있단다. 첫째는 다운증후군이라 챙겨줄게 많다며 너그럽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 스쳐간 표정에는 고된 삶을 이겨낸 해탈이 담겨있었다. 어른이었다. 출판을 앞두고 있다는 내게  축하한다며 새로운 글감을 주기로 약속했다.


“우리 부부가 사연이 많아요. 부산에서 대치동까지 오면서… 아이들 키우면서…한 권으로는 부족할걸요? “


뽀로로님이 들려줄 판타지 같은 현실 이야기가 기대된다.


나는 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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