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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an 08. 2016

스무 살 아들의 특별한 선물

태어나 스무 해를 살면서 금전적인 부분에서 받기만 했던 아들이 처음 제 스스로 번 돈으로 선물을 사들고 들어왔다.

11윌 12일 수능을 치루고, 두 달이 넘도록 입시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셈이다. 

한 달 전부터 5시부터 10시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남이 먹던 접시를 치우고, 음식물을 제 운동화에 쏟기도 하고, 집에서는 어설프다는 이유로 엄마가 시키지도 않던 설거지를 몇 시간 동안 하고 오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상사에게 된통 혼났는지 집에 들어와서 땅이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내쉬어서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은행에 가서 복잡한 절차 끝에 제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고 체크카드를 만들고는 며칠을 설레하더니 드디어 첫 월급을 받아왔다.

통장에 찍힌 돈을 보며 가슴 벅찬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들, 대견하지만 짠한 마음도 든다.

이제 아들은 물건을 살 때마다 몇 시간을 힘들게 일해야 그걸 살 수 있는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제대로 배우는 이 시기가 앞으로 아들의 삶에 큰 의미로 남길 바랄 뿐이다.

다섯 시간을 일해야 살 수 있는 이 후리스 자켓을 고이 접어 놓고 사진을 찍으며 울컥했다.

선물을 사온 그 자체도 기특했지만 유난히 추위를 타는 엄마가 집 안에서도 늘 무언가를 걸쳐야만 한다는 걸 기억하고 사온 선물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무심한 듯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들이 가끔 가다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이제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나기도 하고, 제 삶에 대한 책임감과 소신이 보이기도 한다.

부디 아들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스승과 선배,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대학으로 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자켓을 걸칠 때마다, 아들을 키우며 힘들었던 기억, 아쉬움이나 죄책감 같은 것들은 이 산뜻하고 강렬한 보랏빛으로 덮어 버리고, 

기특하고 의젓하고 멋진 스무 살 청년으로 잘 자라준 것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만을 기억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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