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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an 12. 2016

책모임이 주는 선한 영향력

책모임 '선향'이야기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벗들과 함께 있으면 가슴 속에 간직한 포부가 두루마리 종이처럼 저절로 풀려나왔다. 가슴속에 담긴 울분을 토해 놓고 위로 받는 것도 벗들에게서였다. 앞으로 다가올 우리들의 시간이 조금은 나아지리라 서로 믿고 기대며 견딜 수 있는 것도 벗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나먼 산골짜기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백동수의 마음이 막막하기만 하지 않은 것도, 여기 이곳에 우리들이 그의 자리를 든든히 남겨 놓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안소영<책만 보는 바보> p122


스물 한 살 난 조선의 선비 이덕무가 1761년 쓴 짧은 자서전 <간서치전>에 작가가 그 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삶의 온기를 불어 넣어 완성한 역사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

올 해 첫 모임을 가진 '선향'은 회원 한 분이 제안한 이름이다.


책을 읽고 깨닫고 나아가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착한 향기, 선한 영향력을 발하고자하는 소망을 담은 이름이다.


우리는 모임을 진행하는 내내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경청하는 모습 속에서 선향을 느꼈고, 진솔한 마음을 담은 말들을 주고 받는 사이에 좋은 영향력이 이미 우리 사이에 흘러 넘치고 있음을 깨닫고 감동했다.

혼자서는 드러낼 수 없는 좋은 것들이 있다.

이덕무와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도 책을 통해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서로의 부족한 점들은 채워주고 장점들은 더 빛을 발하도록 돕는 값진 우정을 쌓았다. 이덕무는 서자로서 겪는 설움과 굶주림, 모진 추위 앞의 처절한 삶 속에서도 친구들을 통해 그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언젠가는 백성과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고자 책읽기에 매진했다.

결국 훗날 정조 대왕의 개혁정치에 큰 도움이 되었던 그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고 몇 가지의 질문을 남겼다.


-결핍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결핍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고 있는가?


-당장의 밥벌이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쓰일 그 날을 꿈꾸며 책에 몰입한 그들이 결국 압록강을 건너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듯이 우리에게도 ' 우리의 압록강' 을 건널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그렇지. 압록강만 건너면 될 것 아닌가?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 어디 꿈이나 꾸어 보았던가?"

p204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하는가?


-처음에 뭔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벗을 만난 운명적인 계기가 '책읽기' 에 있었다면 나에게는 왜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는가?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그 하나가 있었다면 그 운명을 만나지 않았을까? 내 아이에게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되리라. 박제가와 나처럼. 우리와 다른 벗들처럼."

p 75


우리의 모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인 책읽기에서 타인은 물론 사회와 세계를 품는 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위한 첫걸음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헤아리고, 들여다보며 시간을 나누는 일임을 절감했다.


"그러나 전하의 눈길은 날카로운 가운데에도,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릴 줄 아는 깊이 또한지녔다."

p217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옛사람들로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과 들을. 내 안에 스며 있는 그 시간들을 느낄 때면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p250


삶의 누추함과 비참함 속에서도 백탑 아래 모인 그들은 책을 벗삼고 음악에 취하기도 하며 보다 차원높은 삶을 사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우리의 일상속에도 이 모임이 우리 삶 가운데 반짝이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임을 마쳤다.


"나처럼 탑을 아끼는 벗들과 스승이 함께 모여 산 동네였다. 1766년부터 1783년까지, 백탑 아래에서 보낸 나날들은 내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었다."

p42


"낮고도 그윽한 거문고 소리와 그보다 맑은 가야금 소리가 어우러지다 잦아들 무렵, 밤하늘을 투명하게 가르는 퉁소 소리가 뒤를 이었다. 비어 있는 듯, 차오르는 듯, 흐느끼는 듯한 그 소리에 다들 말이 없었다. 늘 우리의 가슴을 옥죄는 근심과 고통도 어느새 사라지는 듯했다. "

p147


아래는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훈훈한 모임 후기들이다. 


#해주신 말씀들이 어찌나 정겹고 깊고 맑은지 마음이 찰랑거릴만큼 충만해져서 왔네요. 

모임을 소중히 여겨주셔서, 마음 깊은 곳을 내보여주셔서, 따뜻한 말들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어쩌다 이런 귀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가슴이 울컥하네요. 

책은, 처음 만나는 사람도 강력하게 한 줄로 묶어 서로의 마음을 깊이 껴안을 수 있게 만든다는 걸,

책모임은 내 안에 있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정갈하게 다듬어 내어놓고 싶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선향, 아름다운 향기로 서로를 감동시키고, 아프고 허한 가슴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기 있는 손길 내밀 수 있는 우리이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모임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 나이듦에 사실상 가슴 뜀이나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관계로 치인 마음을 책으로 녹여보려 참석하였고 조금은 부담없고 편한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지난번 정리글을 읽으며 감사하고 제 할일을 알려주신듯하여 살짝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습니다.

일상이 덕질을 방해하면 안된다!

너무 마음에 새긴 말씀이었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싶으시다는 말씀도 너무 좋았습니다.

오늘 만나뵈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 제가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면 주로 듣는 편이고 말을 잘 안하는 편이고, 소심한데다 말하는 훈련이 덜되어서 버벅버벅 말도 잘 못합니다. 근데 책모임에선 좀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하지도 못하는 말을 마구 쏟아내게 되네요~(다음엔 좀더 정리해서 얘기할게요.

마음이 통하는 믿음, 내 말이 허공에 떠돌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어서겠지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주신 책벗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나눔이 참 시원하고 기뻤습니다. 이 모임 속에 서로의 "지음"(최치원의 <가을 밤 비는 내리고>에서)

을 만나고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귀한 부담감 기꺼이 지고 앞서주신 **씨 넘 고맙고,

마음 나누어 준 **씨 덕분에 오늘 모임이 "말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벗"의 자리가 되어서 풍성하고 깊었답니다~

처음 뵙게된 **씨 반가웠어요! 그대의 운명의 만남이 이 속에 있을지 기대해보아요~^^

내공 충만해보이는 ** 언니 반가웠구 앞으로 좋은 사귐이 있기를 바래요!

독서와 나눔의 여운을 되새겨 간직하며 모두들 굿나잇~


# 선향 첫모임

저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어요~

또 만만치않은 한해가 시작 될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덕질은 방해받지 않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선향지기로 거룩한 부담감을 갖는 **씨도..

아픔을 감사로 극복한 선향**씨도..

먼길 기쁨으로 달려온 선향**씨도..

백배공감으로 선향의 본을 보여준 **씨도..

아직 뵙진 못했지만 선향공식멤버 **님도..

오늘 하루도 충만한 날 되시길~


얼마 전 책모임 후, 논어 필사 후 느낀 것을 책모임에 적용해서 써 보았는데 회원 한 분이 기억해주셔서 다시 옮겨본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편 15


책모임 '선향'이 내가 꿈꾸는 책모임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책을 읽고 배우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며 깊은 사유로 나아가 막연함을 벗어버리고,

생각은 많이 하되, 그 생각이 실현되고 영향력있는 삶으로 이어지도록 끊임없이 배워 위태로운 자기 안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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