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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an 07. 2016

책 모임이 주는 기쁨

-낭독 모임  첫 번째

"낭독은 글을 읽을 때 더 많은 감각을 요구한다. 에너지를 더 쏟게 하지만 그만큼 큰 혜택을 준다. 글의 더 깊은 이해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더 밀도 높게 만든다."


고영성<어떻게 읽을 것인가> p223



올해 첫 모임, 우리는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낭독하며 3시간 30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를 만큼 몰입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상 깊었던 글을 낭독하며, 각자의 목소리의 울림이 주는 느낌들을 음미했고, 그 속에 담긴 저자의 깊은 내면의 소리를 경청했다.


# 우리가 읽은 챕터와 나눈 이야기들


「모자 쓴 사람은 누구인가」

창의적이고 기발한 답을 내놓는 아이들에게 이미 정해져 있는 답만을 강요하는 교육 행태에 대해 초, 중, 고 학부모인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코드를 알아차리는 '눈치' 이기  때문이다."(p15)를 읽으며 그런 학교 코드에 맞춰 내 아이도 길들여져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모두에게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중심에 두고 모이는 이상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좀 더 의미 있고 발전적인 것이길 바라기에 대화의 방향을 잘 잡고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탄과 불만 토로에 그치지 않고, 문제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힘들어도 의견을 모아 대안을 마련하고 내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개선해나가는 것이 분명 이 나라의 교육제도를 바꾸는 밑바탕이 되리라 믿으며..


이어서 교육 문제에 대한 열띤 논의들

「논술고사 답안지를 넘겨보며」

" 출제자들이 필경 염두에 두었을 의견, 진실에 대한 추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 속에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고, 그로써 자신의 생각을 다시 성찰하고 그 깊이와 폭을 넓혀, 한 주관성이 다른 주관성과 만날 수 있는 전망을 내다보고, 인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이라도 사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 (p224)를 가지도록 돕는 교육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가?

"보고 들은 것을 정직하게 판단하여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옳은 의견을 가지려는 "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부모인 우리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가?...

나 스스로 나만의 의견과 생각을 잘 표현하며 살고 있는가?


「두 국사 선생」

아이들에게 당연히 가르쳐야 하는 역사에 대해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인식에 대해 우리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 그러나 더욱 위험한 것은 이번 국사 교육 번복 소동에서 보듯이, 역사의 입을 막았다 열었다 하며 그 눈치를 보는 사람들의 이상한 대화법이다" (2011) p 79에서 보듯이

그 이상한 대화가 2016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다」

죽음이 한 인간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는지, 죽음 앞에 선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 글이 현재의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



열띤 토론의 장이 된 오늘 책모임은 각자의 교육방식과 이제껏 겪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조언을 건네거나,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모임을 통해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지혜롭게 이끌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또한 이 세상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모임을 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기쁨이 자못 크다.

첫모임이 아주 잘 끝났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늘 흡족하고 감사하다.


오늘 결성한 낭독 책모임의 이름은 "잉클링스"이다. C.S루이스와 J.R.R톨킨이 주축이 되어 결성했던 낭독 모임의 이름이다.

뜻은 더 매혹적이다.

흉내일망정 우리는 흠모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모임 간판에 이 이름을 걸기로 했다.

잉클링스,

'모호하고 완성되지 않은 암시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


고영성<어떻게 읽을 것인가>p238 에서 발견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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