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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ul 03. 2023

책은 다 썼는데 제목은 없고!

파란만장 출간 에피소드 1.

<우리의 영혼은 멈추지 않고>라는 제목을 본 사람마다 감탄을 했다.

"아, 제목 너무 좋아요."

'좋다'라는 말 뒤에 이어진 이야기들.


요즘 무기력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목만 봐도 힘이 나요.

헉, 작가님! 저 요즘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에 힘들었는데 어찌 알고 이런 제목을!!

아, 이제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영혼이라니. 뭔가 뭉클해요.

우와! 힘이 넘치는 제목이네요?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내 영혼이 춤을 춘 걸 그들은 알까.


2022년 1년에 걸친 모임을 하는 동안 매달 한 꼭지씩 글을 써서 참가자들에게 보내면서도 과연 이 글들이 어떻게 책으로 묶이게 될지 걱정이 많았다. 12월 모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하는 동안 간간이 내뱉은 한탄은 이런 거였다.

"감히 시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덤비다니!!"

막막한 심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쓰던 날들 속에서 결국 이런 소제목이 책에 실렸다.


감히 윤동주



책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책 제목을 짓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여기며 편집장님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데, 점점 위가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내가 싸 놓고도 '으아 이게 뭐야~~'하는 심정.

열두 달 반짝이는 시와 그림책
일상에 스미는 시와 그림책
오늘도 내일도 시와 그림책 속으로 저벅저벅

(부끄럽지만 이걸 밝혀야 더 빛나게 될 제목- 우리의 영혼은 멈추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날을 생각하면 편집장님의 인내심과 속 깊은 배려에 고마움이 깊어진다.

이미 제목을 지어놓고도 끝까지 기다려주던 마음. 작가가 자기 책의 제목을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을 헤아려주던 마음이 느껴져서다.

<아름다움 수집 일기> 작업 때도 그랬다.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라는 제목을 이미 지어놓고도 내가 지은 제목을 존중해 줬다.


머리를 쥐어짜 내며 쓰던 글에 한계를 느낄 즈음 무거운 발걸음으로 향했던 윤동주 문학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썼던 에필로그는 이런 소제목들이 이어진다.


시 한 편에 한 걸음

마지막 한 걸음

시로 한 걸음 한 걸음 일상의 진보

'내 영혼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탄생한 제목


<우리의 영혼은 멈추지 않고- 한 달에 한 권 시와 그림책>




<우리의 영혼은 멈추지 않고>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더 소중한 이유는 가장 먼저 '우리'가 되어준 이가 편집장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처 쓰이지 못한 글을 읽어주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준 증거가 이 제목이다.


출간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기록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말이 있다.

'책의 그림자'

근사한 모습의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는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북 코디네이터의 책 수다' 연재를 시작한다. 그림자 속에 숨긴 이야기들을 찬찬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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