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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ul 29. 2023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사는 기쁨이라고요?

황동규 시집을 다시 읽으며

7월의 시와 그림책 모임에서는 황동규 시인의 시집들과 연남천 풀다발을 소개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 떠나고, 하나둘 고장나는 몸과 좁아지는 생활 반경이 슬프고 고통스러워도 '벌레 문 자국같이 조그맣고 가려운 이 사는 기쁨'을 놓치지 않는 시인에게 새삼 놀랐다. 이어진 '용서하시게' 에 담긴 마음은 또 어떻고. 

(황동규 시집 '사는 기쁨' )


'죽음의 자리와 삶의 자리' 라는 시에는 삶의 끄트머리에 서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참새 몇 마리의 앙증스레 땅을 쪼는 모습 보며 '간질간질 정답다'고 여기는 시인이 서 있다.


'그 어디서고 삶의 감각 일깨워주는 자에게/ 죽음의 자리 삶의 자리가 따로 있겠는가?'라고 쓴 시인이 '내 인생의 음악'이라 여긴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를 반복해서 듣는다.

(황동규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


'계속 물리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곡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도 삶의 '조그만' 축복이 아니겠는가?'라는 마지막 페이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곡 하나 있어 더 기쁘고.


책장에서 꺼내온 시집들과 새로 산 시집들을 가지런히 쌓아두니 작지만 환한 기쁨이 밀려든다.

시집들에 기대어 사는 한 어둡고 깊은 구렁텅이 속으로 발을 헛디딜까 두려운 마음 비껴갈 수 있겠지.

폴루이스 연주를 무한반복  재생 중이다.

참 좋다. 시인님 덕분에 내 플레이리스트가 풍성해졌다.

황동규 시인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아침.

오래오래 시 더 써 주시길.


#황동규

#오늘하루만이라도

#사는기쁨

#꽃의고요

#버클리풍의사랑노래

#나는바퀴를보면굴리고싶어진다

#미시령큰바람

#견딜수없이가벼운존재들

#문학과지성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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