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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Oct 11. 2023

예산 삭감, 남의 일이 아니었네.

당신은  모르셨을 것이다.


요즘도 강의 잘 다니고 있니?
앞으로 더 잘 되고 바빠지는 거니?

아니요. 그토록 지지하시는 현 정권이 책문화 예산을 거의 없애다시피 했잖아요. 저는 내년에 강의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 같은 작가의 책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더라도 도서관에서 구매해 주면 독자들 만날 기회가 좀 생기는데, 그것도 어려워질 거 같아요.
팍팍한 살림에 맘껏 사지 못하는 책, 도서관에서 신간들 빌려보는 재미도 사라질 테고요.

도서관에서 다양한 무료 강좌나 북토크, 문화 프로그램이 열려서 뭐라고 배우고 문화생활도 하고 그랬는데, 예산이 없어지면 경제도 팍팍하고 정신도 피폐해질 거 같아요.

그리고 손주가 다니는 작은 출판사 같은 경우, 도서관으로 납품되던 책들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데 그 길이 막힐 테니 출판사가 어려워지면 일자리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겠네요.

도서관 납품하는 유통업자가 결국 폐업했다는 소식도 저녁 먹다가 들었어요. 동네책방들은 다 어쩌고요.

책을 편집하고 만들고 쓰고 강의하는 자식과 손주를 둔 부모님은 투표하실 때 절대 모르셨을 것이다. 예산 삭감의 여파가 바로 당신의 자식들 생계를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뿐인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매일매일 삶의 의욕을 꺾고 깊은 무력감 속으로 밀어 넣을 줄은.

당신은 진짜 모르셨을 것이다. 당신의 애국이 자식들의 삶에 이렇게 그늘을 드리우게 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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