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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an 08. 2020

독서 모임 후기를 공유하는 이유

하찮게 여기던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순간

독서모임을 기획하며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모임 후기는 중요하다. 내게는 평가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만족스러웠는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가셨는지 늘 시험대에 선 기분이 드는데, 모임 후 하나 둘 올라오는 후기 덕분에 용기를 얻곤 한다. 어쩌면 준비한 것 이상으로 더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더 많이 배우고 감동을 받는다.

신청서를 쓰는 순간부터 모임은 시작된다. 주어진 주제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긴다. 같은 책을 읽고 낯선 사람들과 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신청서를 쓰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공동체가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질문하는 책을 끌어안고 혼자 끙끙댄 적이 얼마나 많은가? 용기를 쥐어 짜내 독서 모임에 나와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하찮게 여기던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순간 책은 우리를 통해 다시 쓰이는지도 모른다.

[저항하는 책모임]의 주제는 일 년 동안 여섯 개의 주제로 진행된다. 1-2월 네 번의 모임을 통해 우리는 무의미에 저항한다.

<삶에 내게 말을 걸어올 때>는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의 초대글에 압도당한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책 표지에 있는 질문까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책을 붙들고 오래 씨름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20년 전 출간된 이 책 보다 먼저 읽은 책은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다. 여든의 나이를 앞두고 쓴 책에서 저자는 고백한다.


두 번째 에세이 <내 삶에 의미가 있는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주 물어온 바로 이 질문의 오류를 어떻게 깨우쳤는가를 회고한다. 질문을 잘못 던지면 틀린 답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올바른 질문을 찾아 나섰고, 내게 통하는 질문 하나를 발견했다.  

파커 J. 파머 1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27

20여 년을 붙들고 답을 찾았던 질문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데서 나는 희망을 발견한다. 우리는 계속 올바른 질문을 찾아 나서면 된다. 의미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에 대한 질문부터 말이다. 우리는 과정 중에 있고, 그 자체로 이미 많은 의미가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동행하는 길에서 파커 J. 파머가 말하는 완전한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기 남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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