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몸도 마음도 지갑도 분주하다. 평소에는 제대로 귀하게 여기지 못했던 것을 돌아보며 살뜰하게 챙겨주는 달이다.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못다 한 효도를 만회할 기회로 삼고, 잊고 있었던 은혜를 되새기는 달.
문득 나는? 누가 나는 기념 안 해주나?
그래서 시작했다.
『나만의 기념일』
축하해주는 사람, 같이 기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5월 달력 모임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기념일을 지정하고 의미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9명의 기념일을 탁상 달력에 적어 넣었다. 5월 1일을 지정한 분의 미션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5월의 첫날 / 무지개처럼 알록달록 예쁨을 발견하는 날>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적극적으로 무지개 같은 알록달록 예쁨을 발견해 주세요. 그런데 자신의 예쁨을 발견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발견한 나의 예쁨! 다른 사람이 발견해 준 나의 예쁨!!! 그동안 뚝뚝 흘리고 다녔던 예쁨을 찾아봅시다!!
시작이 참 좋았다. 누구의 예쁨도 아닌 자신의 예쁨을 찾는 일. 아직은 쑥스럽고, 누군가의 시선에 기대어 찾아야 할 것 같고, 이게 예쁘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해보는 건 신선했고, 뜻깊었다. 기쁜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
-오늘 제가 발견한 예쁨은요, '아름다움을 만지는 제 손가락들'입니다. 요즘 sns에 제 손 사진을 뜬금없이 많이 올리는 이유는요, 예쁘고 귀엽고 어리고 약한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손에 대한 그림책들을 잔뜩 쟁여놓고, 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손 양쪽 엄지손가락 위쪽으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검버섯이 피어나서 몹시 신경이 쓰입니다. 뼈마디가 툭툭 불거져 나온 손가락도 오랜 콤플렉스 중의 하나고요. 그래서 손바닥 사진을 찍는 겁니다. 하하하 :) 그래도 얼마 전부터 제 손을 예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저의 손바닥에 어린 다정함을 보시고 제 손이 예쁘다고 하신 분도 계셨어요. 만세!! 아름다운 것들을 모으길 좋아하고, 매만지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제 주변을 정성껏 가꾸려고 노력해요. 그런 제 손가락들을 오늘 더 예뻐해 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못생겨서 자꾸 감추었던 손을 다시 들여다보며 쓰다듬을 기회 주셔서 감사드려요.-
가끔 후회할지언정 뭐든지 일단 저질러보는 실행력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소개한 분을 보며 동기부여가 되었다. 책, 전시, 공연, 풍경, 사물, 사람... 어떤 것이든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시선이 좋다는 분도 있었다.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도 남편도 온통 예쁘기만 해서 자신의 예쁨은 놓치고 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막내와 단둘이 나와 산책하며 만난 수국 앞에서 어린 아들이 찍어준 사진을 수줍게 올리신 분도 있었다. 어린 쌍둥이 딸이 찍은 하얀 철쭉꽃 사진에도 예쁨이 넘쳐났다. 허당 기질로 가족에게 늘 웃음을 선사하는 자신의 예쁨을 칭찬하고, 큰 맘먹고 산 7천 원짜리 양말 바닥이 구멍이 날 정도로 열심히 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앞에서 나는 덩달아 자존감이 상승했다. 그래 맞아, 내 별명도 허당인데 참 인간적이잖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사는 거 가끔 참 흡족하잖아!
“블라인드를 착 걷었을 때, 엄마 얼굴에 햇빛이 착 비칠 때 이쁘다”는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 분의 글을 읽으며 회원들은 모두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을 자신의 기념일로 삼은 분은 “저의 예쁨은! 밝음 밝음 과하게 밝음!!!!”이라고 소개하셔서 덩달아 우리 모두가 눈이 부시는 경험을 한 하루였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기에 밝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냥 밝고 힘들면 더 밝고 좋으면 더더더 밝고” 긍정의 에너지가 단톡 방에 흘러넘쳤다.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호프 자런, <랩걸> 49쪽
호프 자런은 과학이 이 사실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나는 반짝이는 달력 모임에서 만난 분들이 가르쳐 주셨다. 하루 종일 단톡 방이 활기로 넘쳤다. 덕분에 행복했고, 더불어 산다는 게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반짝이는 달력 모임]이라는 이름이 새삼 고맙다. 말은 힘이 있다. 말한 대로 살게 된다. 지난 일 년도, 올해도 이 모임 덕분에 내 달력이 반짝인다. 반짝반짝 모두의 달력이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