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동기와 기획 단계에서의 고민
이 글은 2025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과 졸업 전시 WRAP UP에 올린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 ‘서울시 25곳 동명 유래 지도’ 작업 노트입니다. 작업 뒤편에서 했던 생각 조각을 모아 올리고 싶어서, 또 저의 경험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올립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래픽으로 승부봐야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비하인드를 읽으면 재밌잖아요?! ㅎ.ㅎ 그리고 아마 이 글 이후에는 시각화를 위해 진행한 리서치에 관한 글을 쓰거나 흥미로웠던 동네들에 관한 글을 조금 올리고, 이후에는 여행기 작성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작업기간: 25.09.-25.12.
*전시 기간: 25.12.04-12.09.
** 웹전시 링크
1. 2024년 포르투갈 여행 중에 현지에서 마주친 지하철 역명이나 도시 이름의 뜻을 찾아보면서 문득 ‘한국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여기서 쭉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대학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제 집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이 제 삶의 전부이자 알고 있는 서울의 전부였습니다(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고 있는 한국, 특히 서울이랑 좀 더 친해져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 타지에 와서야 비로소 살아봤던 도시에 관한 궁금증이 생긴 저는 고국으로 돌아와 이 경험을 졸업 프로젝트의 작업 주제로 삼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제 친할머니나 어머니께서 가끔 “집 근처 동네의 원래 이름은 이랬다~”라고 이야기해 주시는 걸 듣는 게 재밌기도 해서 그 경험도 반영하고 싶었어요(‘다른 사람들도 옛이야기를 들으면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3. 그리고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삶에서 비롯되었긴 하지만,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건 살고 있지 않건, 한 번이라도 서울에 관해 들어봤으면 알고 있을 만한 동네들을 골랐고요(아니면 어떡하지?! ㅠㅠ), 먼가 집값이나 유명한 장소가 있는 곳으로만 거론되는 동네가 아니라, 몇십 년 전부터 길게는 몇백 년 전까지…과거의 사람들이 살았던 역사가 있는 동네들, 그리고 그들이 있는 땅과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4. 작업의 기준이 될 행정구역도 고민했었는데요! 왜 ‘구區’가 아니고 ‘로路’가 아닌 ‘동洞’인가…. 사실 ‘구’는 다루기에 좀 크고, 구를 대표할 만한 사진을 찍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구청을 찍어야 하나, 하고 고민도 했었고요. 또 '로'는 양이 너무 많고, 결국 혼자서 그나마 다룰 수 있는 단위는 동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5. 그리고 어떤 동이 대표 격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고민도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쓰겠지만, 예를 들어서 구마다 대표가 되는 동네가 있잖아요? 좀 유명한 동네들…. (저의 힙스터 감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_^) 뭔가 미디어에서 잘 알려진 동네보다는 잘 안 알려진 동네도 거론 대상에 포함하고 싶었어요. 동네를 선정한 기준에 대해선 나중에 쓸 글에서 적겠습니다.
6. 천이란 재료와 자수라는 구현 방식을 택한 결정에는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부르고 사는 동네 이름들 중에 그 뜻을 잘 알고 부르지 않는 몇몇 동네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실을 보며 '과거랑 현재가 정말 은밀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어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7.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원동력으로는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한글을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의지가 컸어요. 연필로 그리기도 하고 붓펜으로 글씨를 쓰기도 하고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글자를 그리는 과정에서 글자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와 형태, 한계 등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