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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이야기
"왜 그렇게 떠나는 거예요?"
담담한 이야기
by
느린 삶
Sep 24. 2015
- copyright 김작-
대학 졸업을 앞두고 모두가 정신없이 바쁠 때쯤,
나에게
생긴
버
릇,
그저 계획 없이
주말마다 어딘가로 카메라를 들고 떠나
는 습관.
그래서 가끔은 수업 시간마다
일기예보를 보기도 하고,
차가 없는 내가 다녀올 만한 여행지나 숙소를 알아보
던 나.
그러다가
찾아온
떠나기에 완벽한 날
씨,
영하 20도
,
습도 80
%.
나름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두
달 동안 매일같이 다니던 어학당 선생님에게,
마지막 날 수업을 빠지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보낸 어설픈 영어
이메
일,
"이 사진들을 봐.
만약 지금 이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면,
나는 또 다시 다음 겨울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해. "
얇은 옷을 여
러 겹 입고,
장갑과 털모자, 두터운 점퍼를 챙겨
기차에 올라타며 쳐다보던 카메라.
혹시
너무 추운 새벽
카메라가 얼진 않을까 하고.
새벽 5
시
아무도 없는 밤길을 걸어
두
껍게
쌓인 눈길을 지
나
손전등에 의지해 길을 걷다 바라보던 하늘.
추운 겨울해가 떠오르는 순
간
가장 아름답다는 그 곳.
그렇게 마침내 해가 떠오르고
몇 시간 동안 아름다운 물안개
가 계속
공기 중에서 춤을 추고,
나무 사이 사이를 덮
었던.
- copyright 김작-
- copyright 김작-
나와 같은 생각으로
아름다운 풍경 보
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
조금 씩 눈이 내리고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하나 둘 자리를 떠나던 이
들.
하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을 계속
맴돌았던 기
억.
결국 나는 혼자 강을 따라 길을 따라 더 걷고,
걷다가
인적이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풍경.
- copyright 김작-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강에는 뿌연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그림.
나무와 풀들은 모두 하얀 유리 장식처럼 자신만의 색을 빛내는 강가.
그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후로도 몇 번이고 그 곳을 찾았
던.
왜 그렇게 떠나는 거예요?
어느 날 그런 누군가의 질문에
나도 그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기억.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무작정 추운 곳으로 떠나는 것일 뿐이라
고,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떠나고 싶지만,
그저 이 곳은 다른 사람에겐 너무 추운 곳이라
고,
그리고
혼자 떠나기에 겨우 그 추운 기다림이 가능한 곳이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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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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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 이상과 현실 사이.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미 생활을 하며 직장인으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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