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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새장에서 꺼내 숲으로 가야겠다.

by 지구비행사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일하는 엄마는, 마치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같다.


엄마에게 ‘일’이란, 숨 쉬는 일과 다름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엄마는 자꾸만 억세지는 팔과 한시도 멈추지 않는 발을 달고 종종거리며 살아왔다.


언젠가 “밤새 연애소설을 읽다 아버지한테 들켜 하루 종일 혼났었지”라며 웃던, 가녀리고 여렸던,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문학소녀는 처음엔 망해버린 남편의 사업 때문에 일터로 내몰렸고,

이후엔 바깥양반보다 더 나은 수완 덕에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그 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속을 전 부치듯 뒤집던 바깥양반과는 이혼했고,

줄줄이 혹 같던 자식들은 어느새 제 몫의 삶을 살아가며, 마치 처음부터 스스로 잘 큰 사람인양 떠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시간만큼은 여전히 멈춰 있다.

엄마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았다. 나오는 법을 잊은 새.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

“다른 친구들은 참 멋지게 살더라. 취미도 갖고~ 나는 그러지 못해 참 속상해.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 뭐야”로 시작된 말은, 곧 “내 팔자는…”으로 이어지는 하소연이 된다.


오늘은 꼭 묵묵히 들어주리라 다짐했지만, 금세 종지만 한 내 그릇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쉬어! 쉴 수 있는데도 안 쉬잖아. 그렇게 살아온 날이 속상하고, 삶이 애석하다는 말을 듣는 자식은 기분 좋겠어?”

결국 엄마 삶의 고단함을 확인이라도 하듯,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만다.


“에구, 내가 미안하다. 괜히 이런 말 해서…”


종지만 한 그릇으로 엄마가 정말 듣고 싶었을 말을, 날 서린 단어에 가려진 내 진심을 고요히 내뱉어본다.


‘당신이 내내 새장 속에 갇혀 있었기에

우리가 날 수 있었던 거라고.

그 곱고 여렸던 문학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는 당신처럼은 못했을 거라고.

그러니 꼭,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번 주말엔, 엄마를 새장에서 꺼내 숲으로 데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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