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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Aug 17. 2018

넌 언제 쉬니?

모두를 돌보고 방으로 돌아누우면

정작 날 돌봐 주는 사람은 없단 걸 알게된다

나도 케어받고 싶고 나도 우쭈쭈 어화둥둥

이야길 나누고 싶은데 돌아보면 지금은

내가 필요한 곳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더 많다

며칠전 수박을 자르다 생각했다

예전에 엄마가 잘라주시던 수박을 야금야금

받아먹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보니

엄마가 왜 씽크대 앞에서서 과즙을 흘려가며

수박을 먹는 지 알수 있었다


그래 그때 아니면 맛을 볼수 없으니.,

썰어내어 주고 나면 모두가 다 먹어치워버리는

케어 해주는 입장에 있는 엄마는 그때 밖에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른면으로 생각하면 곱고 고운곳을 잘라주다

빈틈이 남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빨갛게 남아있는

부분이 아까워 이건 내가 먹으면 되겠다

하고 자투리에 손을 대는 곳이 씽크대 일때도 있다


전혀 몰랐던 걸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며

배워가는 것인데 딱히 그 배움이 달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내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줄것 같았던 남편은

나보다 어린 아이가 되거나 내가 돌봐줘야 하게

된지 이미 오래고 세상에 태어나주기만 하면

경이로울것 같았던 아들역시 나없이는 안된다


나는 나없이면 안될것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항상 그상황을 가지고 싶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고보니 막연하게 강해져야만

하는 내자리가 못내 버겁다


안아주는 걸 , 따뜻한 품이 그립지도 않게

피곤할 뿐인데 새근새근 잠자는 그들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내시간을 향해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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