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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an 03. 2019

밤거리와의 이별

하루라도 약속이 없으면 미친듯이 약속을 만들어내고,

일이 손해 잡히지 않으면 사람들을 불러내고,

할일이 없어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20대를 보냈다.


서면 밤거리를 쏘다니며 술한잔 먹지 않이도 켜져있는

불빛들이 마음의 안도감으로 자리하던 시간이 있었다.

집에오면 불안했고 집밖의 익숙한 거리풍경은 오히려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됐다.


생활이 바뀌고 내시간이 줄어들면서 난 좀처럼 밤거리의 외출을 하지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때문에라도 하기가 어려워진 편이었다.


합법적 밤거리 외출은 강의나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그마저도 목적지를 향해 걷는 일이지 의미없이 다니는 일은 아니었다. 회식때도 주차를 해놓고 이동을 할뿐이지 더이상 야 나와 야 보고싶다 하면서 정처없는 발걸음은 이제 없다.


난 밤거리와 이별한지 5년째다.

아이가 다섯살이니 반강제로 이별이 된 샘이다.

처음엔 이것이 그렇게도 억울하고 속상하고 밤공기를 킁킁대며 맡고 싶더니 이젠 막상 시간이 생겨도 나가지 않게 된다. 사람이란게 참신기하다.

아마 지켜야 할것이 있어서가 아닐까 나를 기다리는 아이와 의무감에라도 조금은 해야하는 일들이 나를 밤거리와 멀어지게 한지도 모른다.


어이없게도 이제밤에 택시타는게 무섭다.

누가 날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 뿐인데 밤에 길에 서있는게 두려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겁도없이 길에서 택시를 몇천번은 잡아탔을 20대였을텐데.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밤중 가장 웃겼던 밤은 정말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이 모여 일을 마치고 노래방에서 만났는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밤새 춤을추다가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내발을 보고 기절할번한 적이있다.

피가 철철 나고 있는 발을 부여잡고 내발이 왜이런지 아무리생각래도 기억이 나질않았는데 내발은.격렬하게 추던 춤사위와 음료수병을 실수로 밀어버린 친구탓에 그조각을 밟고 흘린피였다.

나는 택시안에서 꺼이꺼이웃었다.

이렇게 미친듯이 놀수도 있구나 하나도 안아프구나

나는 살아있구나 유치하지만 그땐 많이 놀고 늦게 들어가면 살아있다 느꼈으니..이제 그 밤공기는 이별했어도 가끔은 그밤이 사무치게 그립다 어렸던 나와 호기롭던 내청춘의 한 장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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