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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현 Apr 25. 2016

광교에 전원주택 집짓기 시작하다

따로家치

2016년 1월 9일 토요일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8기 마지막 수업 저녁 뒤풀이, 각자의 꿈 장면 발표 시간에 난 이렇게 얘기했다.
"제 인생에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입증된 적이 두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원 4명 회사에서 밤낮으로 힘들게 일하던 시절, '아 나도 대기업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 좋겠다'라고 종종 생각하곤 했는데, 실제로 현재 대기업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학창 시절 형제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특히 여동생 있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정착 그 친구들은 여동생이 있어서 불편하다고 하는데,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외아들인 저는 '결혼하면 무조건 애 셋은 낳아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지금 애가 셋입니다. 하하하" 아마 내 기억에 중학교 때부터 육아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예전에는 간절히 바라는 게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마음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래기로 다짐했죠. 현재 세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첫째 올해 내 책이 나와서 출간기념회를 하는 것, 둘째 아내와 댄스스포츠를 열심히 배워서 3년 내 대회에 입상, 5년 후에 <댄스스포츠를 통한 부부 컨설팅> 아카데미를 차리는 것, 셋째 경기도 어딘가에 땅을 사서 집 짓고 평일에는 지금 집에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전원생활을 하는 두 집 살이를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2016년 1월 10일 일요일

아내와 한 달 전부터 두 집 살이 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터라, 경기도 흥덕지구에 단독주택단지를 보고 올 계획이다. 아직 미분양된 자리가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다녀오자고 했다. 아이 셋 모두 움직이면 힘드니까 오씨3호랑 어머니만 모시고 움직였다. 어렵게 찾아간 분양 설명회 자리. 이미 노른자위는 분양 완료. 몇 세대 안 남았지만 앞에 있는 상담원이 지금 용인에 남은 부지에 이만한 자리가 없다고 얘기한다. 몇 가지 물어보고 내린 결론은 "나쁘지 않은데 딱 꽂히는 것은 아니네"였다. 단독주택단지가 보안은 좋겠지만 똑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개성이 없어 보인다. 주거의 형태만 다를 뿐이지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광교에 땅이나 보러 갈까?"
"그럴까?" 

부동산 실장과 약속을 정하고 부동산 근처 식당으로 갔다. 처음 가보는 동네였지만 우리 동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첫인상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부동산 실장과 몇 군데 땅을 보기로 했다.

그 뒤로 4시간 후 나는 땅 주인이 되었다.

2016년 1월 17일 일요일

지난주에 일어난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 집안 역대 역사적인 사건이자 생애 첫 BIG 뉴스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부동산에 '부'도 모르고 토지에 '토'도모르는 생초보가 땅을 계약하다니, 광고업에 비유하자면 평생을 고기잡이만 하던 어부가 현대자동차 TV 광고를 한다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옛말에 '인연은 정해져 있다'고 했던가. 
나에게 맑은 공기를 뿜어내어 줄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있는 산, 어머니와 주말 아침 30분 산책코스로 적당한 공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미니 축구장과 농구장,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도서관, 아내와 함께 다니면 좋을 성당.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집 앞 놀이터이다. 

부동산 실장 얘기로는 이 땅을 보러 온 대부분 사람들이 욕심을 냈지만 놀이터가 걸림돌이었단다. 세컨드 하우스 또는 조용한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여서  시끄러운 놀이터가 문제였던 것이다. 또이전 땅주인이 실제 집을 짓고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번번이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 놀이터는 완전 환영의 존재이다. 집 마당에 놀이터가 있다는 생각을 하자 다른 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주 땅 볼 왔을 때, 추운 겨울이었지만 잠깐 동안 막내딸이 땀이 흠뻑 젖도록 신나게 노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이전 땅 주인도 급전이 필요해서 땅을 처분하려 한다고 하니, 이 땅의 주인이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에게 감사한 일이다.


평생을 모으신 돈, 20년 넘게 살아온 평촌, 이모든 것을 오로지 아들을 위해 포기하셨다. 아들만 좋다면 당신은 괜찮다고 하신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머니를 위해 건강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다.


설계사와 시공사의 관계
초보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
편집자와 인쇄소의 관계
광고 기획과 Creative의 관계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비슷하다. 
내가 안다고 잘난척할게 아니고 모른다고 포기할 게 아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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