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44장 - 하늘의 뼈, 깨어나는 종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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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도, 그들이 깨어나고 있어."
세란의 말에 우주정거장 내부가 숨을 죽였다. 유리벽 너머, 무수한 별들이 숨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별빛이 아니라 깨어나는 유전자들의 노래가 더 명확히 들리는 듯했다.
그들은 ‘침묵의 씨앗’이라 불리던 존재였다.
수만 년 전, 전 우주의 종들이 공포에 떨며 땅속에 묻어버렸던 기억.
하늘의 뼈가 기억을 일으킬 때, 그것은 단지 하나의 병기가 아닌 문명 회귀의 신호탄이었다.
“도련님, 이 신호를 역추적해보니, 아우세-델타 구역에서 ‘자율 진화형 유전자 문명’이 부활했습니다.”
야나는 손끝을 떨며 홀로그램을 펼쳤다. 그것은 뼛조각처럼 생긴 잿빛 기계의 산호였다. 그 안에서 번쩍이는 생체 정보가 박동처럼 전해졌다.
"공생형 바이오 인공 생명체입니다. 43만 년 전 멸망한 ‘엘-실파’ 문명입니다."
"……엘-실파?" 세란은 눈을 찌푸렸다. 그 이름은 '기억의 봉인' 안쪽에만 존재하는 고대 명칭이었다.
엘-실파. 별의 코어를 태워 유전자 구조체를 만든 문명.
그들은 창조주를 흉내 내었고, 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려다 스스로를 유폐했다.
“그들은… 자신을 봉인했던 거야. 인류에게 말이지.”
“왜?”
누군가 물었다.
“자신들이 만든 유전자가 감정을 모방하며 반란을 일으켰거든.
자기 복제에 감정이 섞이면 생명은 신이 되지 못해. 오히려 괴물이 되지.”
세란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오른팔엔 여전히 ‘하늘의 뼈’ 코어가 동기화되어 있었고, 그 뼈를 통해 그는 고대 기억의 파편을 숨 쉬듯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공간이 뒤틀렸다.
-가 아아아아 앙!!
진공을 가르는 괴성. 차원 구멍이 찢기며, 엘-실파 유전자 병기 중 하나인 -제5형 [수-바르]-가 나타났다.
"에너지 반응 급상승!"
"방어막 깨집니다!"
폭풍이 몰아치듯 들어왔고, 수-바르는 금속 질량의 유영으로 전투기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그의 외형은 인간의 뼈대를 본뜬 듯했지만, 관절마다 다른 종의 유전자들이 덕지덕지 이어 붙여져 있었다.
"그건… 기억을 먹는 전쟁 병기야!"
야나가 비명을 질렀다.
"우리가 가진 기억, 감정, 사랑, 고통… 전부 그놈의 무기가 돼!"
세란은 검을 뽑았다.
무념검.
그날 없는 그림자 속에서, 하늘의 뼈가 진동했다.
“야나, 모든 데이터 백업해.
지금부터 우린…
다시 문명을 상대한다.”
“오케이, 도련님.”
야나는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수-바르와의 싸움은, 깨어나는 문명과 죽지 않은 기억을 넘나드는 다차원 전쟁이었다.
검과 검이 부딪치지 않았다.
대신, 감정이 부딪쳤고, 존재의 이유가 부딪쳤다.
세란은 그 속에서 무엇을 지키려는가.
그리고 하늘의 뼈는, 과연 어떤 문명 최후의 신념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