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46장 — 시간의 골짜기, 그리고 제13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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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진 날 이후, 세계는 다시 하나의 전장으로 변했다.
세란이 깨어났고, 니할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공허의 틈은 아직도 이 세계의 균형을 잠식하고 있었다.
고요의 평원 너머, 시간조차 멈추는 듯한 지역.
그곳은 지도를 가진 자조차 접근을 두려워했던 ‘시간의 골짜기’였다.
바로 그곳에, 제13기억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란은 하늘의 뼈에서 발아한 기억의 나뭇가지를 들고, 침묵의 그림자들을 가르며 골짜기의 입구에 섰다.
그녀는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의 피는 빛으로 맥박이 요동 쳤고, 뼈는 하늘의 구조를 따라 노래했다.
> “너희가 숨긴 기억을 내가 찾겠다.
진실을 삼킨 공허의 심장까지— 전부 끌어올릴 거야.”
그녀의 발아래 땅은 불규칙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나타난 자… 그 이름조차 잊힌 자.
한때 ‘시간을 걷는 자’로 불렸던 카르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란… 네가 여길 찾아올 줄은 알았다.”
그는 낡은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엔 별들의 궤적이 떠다녔다.
그는 시간의 틈 사이를 걸어 다녔고, ‘기억과 망각의 중간지대’에서 살아남은 존재였다.
'시간을 걷는 자' 카르도스는 세란에게 말했다.
> “제13기억… 그건 니할도 두려워했던 것.
왜냐하면 그 기억은, 공허의 근원이거든.”
세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래된 악몽처럼 반복되던 장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 니할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지웠던 순간.
― 그리고 그를 막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
“그 기억을 되찾아야만 해.
그래야 이 끝나지 않는 전쟁을 멈출 수 있어.”
세란이 골짜기 안으로 한 발을 내딛자,
공간이 울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천 갈래로 나뉜 시간의 조각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조각마다 하나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죽어간 자들의 절규,
잊힌 도시의 마지막 외침,
자신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억자들.
이 기억들은 검처럼 날카로웠고, 세란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 “기억은 상처다.
하지만 상처는,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해.”
그녀는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의 봉인 아래 숨겨져 있던 제13기억의 정수를 마주했다.
그건, 말 그대로 세계가 시작되던 첫날의 기억이었다.
니할도, 하늘의 뼈도, 심지어 신들조차도 존재하기 전.
무한한 침묵 속, 첫 감정 하나가 생겨난 순간.
슬픔이었다.
고독 속에 피어난 최초의 기억.
그것이 바로, 모든 존재의 시작이자 공허의 씨앗이었다.
세란은 눈을 감고 중얼였다.
“공허는 망각이 아니었어…
공허는, 너무 깊은 기억이었어.”
그녀는 제13기억을 가슴속에 안았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잠시 멎었고, 시간은 멈췄다.
별빛조차 얼어붙은 정적 속, 그녀의 의식에 한 목소리가 울렸다.
> “우릴… 기억해 줘.
우리가 있었음을… 너만이라도…”
그 목소리는 수많은 존재들의 목소리가 합쳐진 것이었고,
그 기억은 곧 그녀의 살과 피로 스며들었다.
세란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동자엔 시간의 무늬가 떠 있었다.
그리고 멀리, 다시 나타난 니할의 기척.
그러나 이번엔, 그 역시 변해 있었다.
어두운 구름 사이에서 니할은
“네가 그걸 본 이상… 너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은 끝없는 고통이야.”
세란은 조용하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너를 기억 속으로 데려가야 해.”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골짜기,
잊혀진 기억의 심장부에서
두 존재는 다시 충돌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란 — 기억의 마지막 수호자.
니할 — 공허의 본질로 태어난 고독한 신.
그리고 제13기억,
그 누구도 감히 열지 않았던 존재의 비밀이
서서히 세계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