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47장 — “공허의 심장, 기억의 칼을 맞이하다”
---
세란이 제13기억의 정수를 품은 순간,
그녀의 신체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불릴 수 없는 형질로 변화했다.
하늘의 뼈는 척추를 타고 솟구쳤고,
빛으로 엮인 신경들은 별들의 진동과 동기화되었다.
그녀의 눈은 과거를 보고,
손끝은 미래를 읽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저 멀리, 검은 월광의 산맥 위-
망각의 신 니할이, 마침내 공허의 심장을 드러냈다.
붉은 하늘.
뒤틀린 대기.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맥박치고 있는 검은 수정의 덩어리,
그것이 바로 니할이 수천 년 간 키워온 공허의 심장이었다.
니할은 그 망각의 제단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그는 한때 사제였고,
별의 설계자였으며,
이제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잊힌 자들의 왕이 되기로 결심한 자였다.
니할은 속삭이며
“기억은 늘 나를 부쉈지.
이제, 내가 기억을 부술 차례다.”
공허의 심장이 울었다.
그 울림은 차원을 흔들었고,
잊힌 도시들의 잔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울림에 반응하듯,
세란의 심장 역시 똑같은 진동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세란은 침묵 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앞엔, 기억의 강이 흐르고 있었고,
시간의 골짜기, 제13기억의 방주에 와있었다.
그 수면 아래에는 자신이 잃어버린 이름들이 떠다녔다.
어머니.
동생.
사라진 민족.
지워진 사랑.
죽어간 전사들.
그 모든 이름이, 그녀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세란은 속으로 말했다.
“나는 기억의 칼이다.
고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껴안고 견디는 자.
지금— 그를 향해 나아갈 시간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의 뼈는 칼의 형상을 취했고,
제13기억의 정수는 손잡이로 응결되었다.
이제 그녀는 완전한 기억의 무기가 되었다.
세란은 하늘에서 떨어졌다.
마치 혜성처럼,
망각의 전장, 에코스피어의 붕괴지점이었다.
차가운 불꽃을 달고 니할이 기다리는 곳으로 낙하했다.
니할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등 뒤로는 망각충, 그림자파편, 그리고 공허의 혼들이 물결처럼 들끓고 있었다.
니할은 세란에게 말했다.
“너는 나를 막을 수 없다, 세란.
넌 기억에 갇힌 존재.
난 그 모든 기억을 부수고 자유로워질 거야.”
세란은 니할에게
“너도 언젠가는 기억을 가졌던 존재였어.
그걸 부정한다고, 너의 고통이 사라지진 않아.”
니할은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엔 오랜 슬픔이 숨어 있었다.
니할은
“슬픔이 없는 세계.
그걸 만들고 싶었을 뿐이야.”
세란은 칼을 들며
“그러나 슬픔은, 우리가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
너의 세계는… 완전하지 않아.”
그들은 동시에 움직였다.
기억의 칼과 공허의 심장이 충돌했다.
그 충격에 하늘이 찢어졌고,
별빛과 어둠이 뒤엉켰다.
세란의 한 손엔 첫 기억의 조각이,
다른 손엔 마지막 이름의 봉인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란은 니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나는 너를… 기억할 거야.”
그 말에 니할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가 그토록 지우고자 했던 감정,
잊고자 했던 고통의 시작점—
그것이 다시 피어났다.
그 순간, 공허의 심장이 비명을 질렀다.
자기부정이 깨어지며, 균열이 발생했다.
니할의 외쳤다.
“멈춰! 그건… 나의 진실이 아니야!”
세란은 속삭였다.
“그래, 그건 너의 진실이 아니야.
우리의 진실이야.”
공허의 심장이 폭발했고,
그 충격파 속에서 세란과 니할은 함께 휘말려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그날 이후,
하늘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하늘의 뼈는 계속 노래했다.
그 노래는
기억을 선택한 자와
망각을 이겨낸 자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언젠가,
그 둘의 노래가 새로운 우주의 설계도가 되어
다시 세상에 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