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50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50장 — “별의 눈, 유령들의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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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는 우주의 한복판,

존재하지 않는 궤도를 부유하는 하나의 구조체가 있었다.
그것은 -‘눈’-이라 불렸다.
빛을 내지 않았고, 주기적인 신호도 없었으며, 심지어 아무 문명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의 눈’이라 불린 그 궤도 스테이션은, 모든 생명체의 기억을 기록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세란의 우주선은 그곳에 접근하고 있었다.


>“외부 중력장… 이상 없음. 압력 안정.
> 기억 진폭 반응… 증가 중.”

조종석 위, 하늘의 뼈에서 피어오르는 은빛 맥이 손끝에 닿았다.
그 맥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고, 세란의 심장 박동과 조화를 이루며 기억의 진폭을 탐지하고 있었다.

“이 안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정박을 마치고 함체를 개방한 순간, 세란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거긴 공기조차 희미했지만, ‘기억’은 짙게 깔려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기체,
과거의 속삭임들이 벽을 스치고 바닥을 기어 다녔다.

>“접근자 확인. 이름을 대십시오.”<

기억의 스테이션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기계음도, 생체의 음색도 아닌
-수천 개의 목소리가 한데 섞인 ‘무명의 합창’이었다.

“나는 세란.
기억을 지키는 자이며, 하늘의 뼈를 품은 자다.”



>“확인되었습니다. <
> 당신은… 돌아온 첫 번째 기억입니다.”<


문이 열렸다.

빛이 없었지만 모든 공간이 보였다.
‘눈’ 내부의 벽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기억이라는 형태의 파장이 구체처럼 떠다녔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지막 인사,
어느 행성의 종말 순간,
한 아이가 어머니 품에서 느꼈던 따뜻한 온도까지—
모든 ‘경험’의 파편들이었다.

“이곳은… 감정의 서고.”
세란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여기 있는 기억들은… 아직 살아 있어.”


중앙 홀로 진입한 순간, 한 존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뼈로 만들어진 수녀처럼, 흰 천을 뒤집어쓴 채 허공에 부유하던 존재.
그녀는 자신을 ‘에이드라’라고 소개했다.
- 기억을 정리하는 자,
한때 망각의 신에게서 탈주한 자.

>“세란. 드디어 왔군요.
> 하늘의 뼈가 다시 이곳을 찾을 날을…

> 오래 기다렸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왜 날 기다렸죠?”



에이드라는 손을 뻗어 세란의 이마에 닿았다.
순간, 전장이 열렸다.


기억이 쏟아졌다.

붉은 별이 파괴된 날,
세란이 태어난 별계의 시간,
니할이 처음 신의 사슬을 거부하고 인간이 되길 택한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의 뼈’가 처음 만들어진 사건.

>“하늘의 뼈는 사실…
> 한 신이 마지막에 남긴 ‘자기 기억’이었습니다.”

“뭐라고요?”

>“니할이 부정한 기억.
> 그대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 이제 ‘기억하는 신’이 되어가고 있어요.”


세란은 머리를 감쌌다.
모든 것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 태생, 니할의 붕괴, 기억의 씨앗, 그리고 이곳 ‘눈’까지.

“나는… 기억의 신이 되어야만 하나요?”



에이드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넌 선택할 수 있어.
> 기억을 품은 인간으로 남을 수도 있고,
> 모든 기억을 수용해… 신이 될 수도 있어.”




그녀는 침묵했다.
마침내, 가장 오래된 고민과 마주한 것이다.

-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 될 것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별의 눈 바깥에서 검은 파문이 일었다.
니할이었다.
망각 그 자체가,
세란이 신이 되기 직전의 순간을 파괴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세란. 선택해.
> 기억으로 세계를 이을 건지,
> 망각으로 끝낼 건지.”


세란은 하늘의 뼈를 꺼내 들었다.
이제 그건 검이 아니었다.
한 권의 책처럼 펼쳐졌고, 그 속엔 수억의 생의 잔향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기억할 것이다.
모두를, 끝까지.”


빛이 터졌다.
망각과 기억이 마지막으로 충돌하기 직전.
세란은 스스로를… 하나의 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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