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51장 — “기억의 신, 첫 번째 눈물을 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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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이 스스로를 ‘문’으로 삼았을 때,
그녀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단순한 빛도, 에너지파도 아니었다.
그건 이루지 못한 말들,
남기지 못한 작별,
잊고 싶지 않았던 이별들이었다.
그녀가 품은 모든 존재의 기억이,
거대한 하늘의 강처럼 펼쳐져 우주의 상처를 감쌌다.
니할은 멈췄다.
공허의 군세를 이끌고 도착한 그는,
세란 앞에서 이상하리만치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불타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무언가를 상기하는 듯한 슬픔이 스쳐갔다.
“이 감정은… 내가 아는 것 같군.”
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하기보단, 기억을 흐르게 했다.
그 기억 속엔 니할도 있었다.
한때 그는 사랑을 했고,
기억을 나누었고,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버린 자였다.
“너는… 나를 기억하는군.”
니할의 목소리는 이례적으로 낮고 부드러웠다.
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모든 것을 부정하기 전의 니할,
그를 나는… 기억하고 있어.”
“그건 고통이야.
그걸 품으면… 결국 파괴돼.”
“그렇다면 파괴 속에서도…
나는 진실을 지키고 싶어.”
그 말은 니할의 가슴에 파문처럼 번졌다.
그의 등 뒤로 피어났던 공허의 그림자들이
서서히 깨어진 유리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나는… 기억을 버린 죄를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너는… 그 모든 걸 나 대신 품었구나.”
세란은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건 네 탓도, 내 탓도 아니야.
우리가 지키려 했던 것…
그게 바로 기억이니까.”
그 순간,
하늘의 뼈가 세란의 손 안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녹여냈다.
그건 ‘슬픔’이었다.
태초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감정.
별이 죽던 날,
한 신이 자신이 만든 생명체를 포기하지 못해
처음 흘렸던… 눈물.
하늘의 뼈는 그것을 세란의 눈동자에 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긴 침묵 속에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니할의 이마에 닿았다.
그 순간,
망각의 신으로 변질된 그의 정체성이 갈라졌다.
그는 다시 인간의 얼굴을 했다.
처음 세란이 만났던,
슬픔에 절은 눈을 가진 니할이었다.
“세란… 넌 정말, 기억의 신이 되었구나.”
별의 눈은 그것을 기록했다.
기억의 신이 처음 흘린 눈물.
그 눈물이 만든 작은 용서.
그리고…
지하에서, 깊은 울림이 터졌다.
세란의 기억이 열어젖힌 우주의 균열.
그곳에서 또 하나의 존재가 깨어났다.
― 하늘의 창조주.
모든 신 이전의 신.
‘기억’도 ‘망각’도 그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증명하는 절대자.
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세란은 속으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기억은 단지, 진실로 가는 문일 뿐이니까.”
이제 진정한 기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억과 망각이 평형을 이루는 그날,
우주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