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54장 — “그녀의 이름이 역사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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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떠난 백지의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었다.
남겨진 문장, 하나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에 담긴 기억들이
차원의 경계를 타고 번져갔다.
세란이 걷는 땅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였다.
그녀가 한 발 디딜 때마다,
무(無)의 장막이 찢어지고,
그 자리에 존재의 결이 새겨졌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시간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미래가
그녀의 뒤를 따라 ‘과거’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자락은 별빛으로 물들고,
심장은 여전히 하늘의 뼈와 연결된 채,
‘기억의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 물결이 닿는 곳마다—
망각의 전장에 남겨졌던 이들의 정신이 서서히 깨어났다.
먼저 눈을 뜬 이는,
한때 공허에 잠식되었던 루엔이었다.
그의 눈빛엔 다시금 불꽃이 깃들었고,
주름진 손바닥 안엔
세란이 남기고 간 하나의 작은 문장이 떠올랐다.
> “너는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말 한 줄이,
죽은 자들의 시간을 되살렸다.
이르마는 폐허 속에서 눈을 떴고,
켄슈이는 칼이 아닌 기억을 손에 쥔 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실은, 무너진 하늘 아래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부르는 건 세란의 이름.
그 이름 하나로,
저마다 잃어버린 이름들이 다시 깨어났다.
그때, 고대의 기록을 수호하던 에코스피어의 수기록자들이
천상의 유적을 해독하며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 “세란.
> 그녀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 그것은 하나의 기호이자, 시대의 전환점이다.
> 그녀는 최초의 기억 인류.”
세란이 심은 기억의 씨앗은
더 이상 한 개인의 고통이나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모든 문명과 언어, 시간의 조각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기억 서사 문명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먼 하늘 위,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 모여 속삭였다.
과거엔 그녀를 단순한 ‘파수꾼’이라 불렀지만,
이제 그들조차 무릎 꿇으며 선언했다.
>> “그녀의 이름은 곧, 역사가 되리라.
> 기억을 택한 모든 자의 연대기.
> 하늘의 뼈는 그녀로부터 다시 깨어났다.”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방향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단 하나, 그녀의 이름이 기록된 곳에선
절대 망각이 자라나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마지막 그곳에서
세란은 홀로 고대의 별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곳엔 아직 잊힌 이들,
기억을 빼앗긴 문명들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내가 다녀올게. 그리고, 모두 기억 속으로 데려올게.”
그 순간, 시간은 그녀를 위해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