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57장 — 별무리의 심장, 잊혀진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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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안의 균열을 지나온 세란은, 이제 하늘보다 높은 봉우리인 에르헤스의 폐허 위에 서 있었다.
황폐한 왕국의 중심부엔 고대 항성력으로 이루어진 정제가 여전히 맥동하고 있었고, 그 빛은 시간을 초월한 듯 별무리의 형상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켄슈이와 루엔, 그리고 기억의 방랑자 바실이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세란의 감각은 현실을 떠났다. 그녀는 마치 오래전 이 땅에서 살았던 이들의 혼령이 된 듯, 폐허의 기억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정제 중심에 도달했을 때, 세란은 오래전 잊혀진 문명의 잔해 속에서 한 개의 조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구조체처럼 움직였고, 손끝에 닿는 순간 오래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건 단순한 유물의 울림이 아니었다.
>“하늘의 뼈는 여기에 묻혔노라. 별의 유산은 피로 이어졌고, 기억은 우리를 죽였다.”
세란은 숨을 삼켰다. 이 왕국은 하늘의 뼈를 복원하려다 멸망한 자들의 땅이었다. 그들은 기억을 완성하는 대신, 기억에 집어삼켜졌고, 스스로를 폐허로 만들었다.
하늘의 빛줄기가 구름 사이로 내려왔다. 마치 별무리의 심장이 세란의 존재에 반응하듯, 정제는 더욱 강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존재가 형태를 드러냈다.
그는 투명한 갑주를 입은 왕이었고, 그의 눈은 모든 별의 흔적을 간직한 듯 깊고 맑았다.
>"너는 세릴 아르카, 별의 뼈를 계승한 자."
그 목소리는 세란의 가슴속에 울려 퍼졌다. 죽은 왕국의 마지막 수호자, 그는 육체가 아니라 존재의 개념으로 세란 앞에 나타났다.
>"이곳은 우리 문명이 남긴 마지막 별이다.
우리는 기억을 무기로 만들었고, 결국 그 무기에 찔렸다. 너는… 이 기억을 구원할 수 있는가?"
세란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 속엔 더 이상 과거에 대한 공포가 아닌, 그것을 감싸 안으려는 빛이 있었다.
"나는 구원자가 아니야. 난… 존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일뿐이야. 기억이 칼이 된다면, 난 그 칼날을 거꾸로 쥐겠어. 피 흘리더라도… 남기기 위해."
왕은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빛은 세란의 몸을 감싸고, 그 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그녀의 가슴에 새겨졌다.
>"기억이여, 너의 무덤은 곧 별의 무대가 되리라."<
그리고 세란은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 그녀는 하늘의 뼈를 이끄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그 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