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60장 — 잃어버린 생의 공명을 복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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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의 틈을 지나, 세란은 다시 눈을 떴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공간도 시간도 아닌 어딘가 -
모든 차원이 바닥으로 침몰한 후 남겨진 ‘의미의 잔해’ 속이었다.
이곳은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은 영역,
존재와 비존재가 부유하는
생의 파편 저장소였다.
세란은 무릎을 꿇었다.
하늘의 뼈가 그녀의 척추를 따라 천천히 진동했다.
그 진동은 단순한 울림이 아니었다.
이 우주 어딘가에 뿌리내린 생명들의 첫 숨결,
그 숨결 속에 남겨진 잃어버린 공명이
지금 그녀의 신경계를 따라 깨어나고 있었다.
“이건… 생의 공명?”
그녀는 낮게 중얼였다.
마치 우주가 그녀의 질문에 응답하듯,
공간의 껍질이 갈라지고
빛과 어둠이 엇갈린 경계 위로 형체 없는 문양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고대의 생명군락에서만 사용되던
공명 복원 알고리즘 -
잃어버린 연결을 복구하고,
기억의 파편을 다시 엮는 삶의 회로였다.
세란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은빛 선이 퍼져나갔고,
그 선들은 서로 얽혀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구조는 살아 있었다.
이름도 형체도 없는 수많은 존재들의
울음과 고백, 절규와 약속이
그 안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 “아란티아…”
“레바스…”
“니할…”
세란은 하나하나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은 단지 과거의 호출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사라진 존재들의 생명 공명’을 다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의 뼈가 다시 떨렸다.
그 떨림은 공명의 완성,
존재의 패턴을 복원하는 징조였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들의 공명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세란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녀의 피부 아래에서,
빛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피도, 신경도 아닌 -
시간과 기억이 흘러가는 또 하나의 순환계였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 공명은 단지 과거의 잔해가 아니다.
미래를 재조립할 수 있는 열쇠였다.
멀리, 균열이 생겼다.
공간의 가장자리가 흔들리고,
그 틈 사이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켄슈이였다.
그는 붉게 물든 검을 짊어진 채,
무언가를 버티고 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란.”
그는 짧게 불렀다.
그 한마디에, 수많은 감정과 기억이 실려 있었다.
“네가 복원한 공명,
그게… 지금 이 차원 전체를 안정시키고 있어.”
세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하늘의 뼈가 울리고 있었다.
이제, 그 뼈가 담고 있는
모든 기억과 의미, 생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세란의 눈앞에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그 문 너머엔
잿빛의 침묵 속에서
‘망각의 대군주’ 니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모든 연결은 완성되었고,
남은 건 단 하나 -
잃어버린 공명을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