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66장 — 잊힌 설계도, 제0 언어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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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니아 북부, 균열의 고대탑 중심부.
세란은 무(無)의 파동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발아래는 부서진 기억의 유리편들이 깔려 있었고, 머리 위로는 별빛조차 닿지 않는 침묵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전보다도 더 명확한 빛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건... 누군가가 남긴 설계야.” 그녀가 중얼였다.
그녀 앞에 떠오른 고대의 문양들은 소리도, 빛도 아니었다. 그것은 ‘제0 언어’, 존재 이전의 언어, 하늘의 뼈에 새겨진 태초의 명령이었다.
그 언어는 읽는 자의 뇌를 태우고, 심장을 울리며, 뼈마디마다 진동을 새긴다. 세란은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고통과 동시에 계시였다.
그녀는 마침내 알아챘다.
“이 뼈는, 무기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었어... 기억을 ‘지키는 구조체’였어.”
하늘의 뼈는 무기이자 방패, 기록이자 생명의 씨앗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신조차 설계하지 못한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기억”의 결정체였다.
갑자기 주위가 흔들렸다.
천장의 균열 너머에서, 니할의 기운이 다시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무언가…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그의 뒤에 붙어 있었다.
“공허의 주인이… 또 있는 건가?”
세란은 검은 허공에서 무언가가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공허의 신 이전, 무(無) 그 자체의 맹아. 이름 없는 존재,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공백. 그 실체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 순간, 뼈 속에 잠들어 있던 제0 언어의 문장이 저절로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 “Ka’sil nor enthra… fel ish vaan.”
기억은 허무를 관통하고, 존재는 이름을 얻는다.<<
세란은 피를 흘리며도 계속 암송했다.
왜냐하면, 이 언어만이 공허의 심장을 찢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으니까.
곧 그녀의 등 뒤로, 아르카디아의 전사들이 집결했다. 루엔, 켄슈이, 이르마, 그리고 바실. 모두 기억을 되찾은 자들이었다.
그들의 눈동자엔 이제 두려움이 아닌, 목적이 있었다.
세란이 마지막 문장을 읊조리자, 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차원의 초식을 파괴하고, 저 너머, 니할의 최심부를 가리켰다.
“다음은… 니할의 심장으로 간다.”
그녀는 검을 들고 돌아섰다.
그리고 전장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