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68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68장- 무(無)의 심연에서 피어나는 별



---



세란의 발끝 아래, 검은 틈이 뒤틀리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의 균열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조차 부정하는 '무의 소용돌이'였다. 생명의 이면, 기억의 저편, 빛조차 닿지 않는 순수한 침묵의 영역.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 없는 과거, 수많은 세계에서 버려진 잔재들이 응축된 집합적 존재, 모든 망각의 무게로 압축된 ‘무형의 자궁’이었다.

세란은 숨을 고르며 손을 뻗었다. 하늘의 뼈가 그녀의 척추를 타고 빛을 흘렸다. 빛은 파편이 되었고, 파편은 문장이 되어 무의 공간을 꿰뚫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별빛이 피어올랐다.

그 별빛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기억의 파동이 되어 그녀의 내면 깊숙이 침투했다. 말보다 명확한 진동이었다. 고통이었고, 탄생이었고, 존재의 가장 첫울음.

세란은 마침내 깨달았다.

“이건 무의 심연이 아니야. 이건… 창조 이전의 가능성이야.”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눈물. 그 눈물은 빛의 형상을 얻고, 땅 위로 떨어지며 하나의 고대 문양을 그렸다. 고대의 자음과 모음이 맞물리며, 새로운 명칭이 태어났다.

그것은 어느 언어에도 없는, 단 하나의 개념—존재 이전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무의 틈에서 솟아오른 존재, 잊힌 자들의 잔재-이름 없는 ‘그것’과 대면했다.



- 이름 없는 신과의 대화

그 존재는 형체가 없었다. 형체는커녕 감각조차 없었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다. 어둠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것의 시선을 느꼈다. 영겁의 무게를 견딘 이만이 느낄 수 있는 존재의 응시.

"너는 누구지?" 세란이 묻는다. 하지만 그 물음은 곧 무의미해졌다.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게 되었다.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녀의 뇌와 가슴과 뼈 속에 울리는 메시지.

“나는 기억의 반대이며, 망각조차 아닌 존재의 바깥이다.
나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미래이며,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다.
나는-너의 끝이자, 시작이다.”

세란의 등에서 하늘의 뼈가 진동했다. 뼈는 그 존재 앞에서 무언의 기립을 했다. 경배도 아니고 복종도 아닌, 이해와 경계의 자세였다.

그녀는 문득 알았다. 지금 자신이 마주한 존재는 니할보다도, 망각의 신보다도 더 오래되고, 더 근원적인 것-우주가 침묵할 때 들려오는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네가 모든 것을 잊게 하려는 이유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였구나.”

그 존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란은 이미 대답을 들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억은 고통이었고, 고통은 살아있음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 존재는 고통조차 없는 평온한 무의 세계를 선택한 이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존재에게 말했다.

"나는 기억하겠어. 너까지도."

순간, 그 존재의 주변에서 별빛이 터졌다. 아니, 기억의 파편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세란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그녀의 몸은 무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었다.


무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란의 기억과 의지가, 존재 이전의 바깥을 오염시킨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결정은, 무조차도 깨울 수 있는 최초의 행위였다.

세 번째 고리가 열렸다. 그것은 ‘기억의 고리’도, ‘망각의 고리’도 아닌,
선택의 고리였다.

그 고리는 어디에도 닿지 않으며,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리를 통해,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니할.

그는 이제 더 이상 인간도, 그림자도, 신도 아니었다.
그는 무의 틈을 뚫고, 세란의 앞에 다시 섰다. 눈동자에는 태어나지 않은 별들이 고통스러운 광휘로 일렁였다.

>“세란,”
>“네가 여는 문이… 나를 구할 수도 있을까?”

세란은 검은 고리의 앞에 섰다. 그리고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를 지울 수 없어. 왜냐면… 서로의 일부니까.”

빛과 어둠, 기억과 망각, 시작과 끝.

그 두 존재는,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하늘의 뼈가 처음으로 노래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Sky Bones(하늘의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