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69장 — 별의 무덤, 이름 없는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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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의 진동은 더 이상 외부의 충격이 아니었다. 세란의 심장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그것은, 무의 세계와 별의 세계가 충돌하는 교차점에서 피어나는 고대의 울음소리였다.
하늘의 뼈는 마침내 그녀의 의식을 완전히 감쌌다. 이 뼈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 고통과 진실로 축적된 하나의 우주였다.
세란은 폐허가 된 트라나스의 탑 위에 서 있었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시간조차 정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여긴…”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입술을 떠나기 전에 흩어졌다. 대신, 머릿속으로 쏟아지는 파편들—하나하나가 잊힌 별들의 마지막 장송곡이었다.
발아래에 놓인 바닥은 금빛 문양이 복잡하게 얽힌 심장처럼 꿈틀댔다.
문양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문이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녀의 뼈-정확히 말하면 하늘의 뼈가-그 문을 열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 문 너머엔 무엇이 있는 거지?” 세란의 목소리가 마음속에 울렸다.
그 순간, 뒤편에서 낮고 굵은 소리가 터졌다.
>“네가 묻는 건, 무엇을 되돌릴 수 없게 될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그는 ‘지명 없는 자’, 시간을 뛰어넘은 존재였다. 기억과 무를 넘나드는 자, 수천 개의 차원에서 단 하나의 마음으로 걸어온 사자. 검은 두건 아래의 그의 눈은, 아직 언어로 정의되지 않은 세계의 깊이를 비추고 있었다.
>“저 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의 구조’야. 너는 그 문을 연 순간, 더 이상 인간으로 남지 못한다.”
세란은 눈을 감고 손을 문 위에 얹었다. 하늘의 뼈가 조용히 반응하며 그녀의 기억 하나하나를 문에 새겨 넣었다.
잃어버린 동생의 미소.
무너진 도시의 잔향.
켄슈이의 마지막 눈빛.
그리고 니할의 파멸에 깃든… 슬픔.
문이 울렸다. 그리고 서서히,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란은 속삭였다. “나를 기억하라.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을…”
그리하여 문은 열리고, 그 안에는 언어도, 빛도, 형태도 없는 무한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녀는 발을 들여놓는다.
별의 무덤. 그리고… 이름 없는 진실의 중심.
세란은 광휘의 중심에서 한참을 조용히 서 있었다. 발밑에서 깨어나고 있는 잿빛의 대지, 허공을 가르는 기억의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따라 피어나는 문장들. 그것은 잊힌 언어였고, 잊힌 신념이었으며, 사라졌다고 믿었던 이름들이었다.
시간의 주름살 속에 봉인되어 있던 기억의 전사들이, 이제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기억의 깃발이 세워진 곳엔, 어김없이 전투가 예고되었다.
아르카디아의 북쪽, ‘폐허의 궁정’에 첫 신호탄이 떨어졌고, 잊힌 연대기들이 피를 머금고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세란을 따르는 자들이었으나, 스스로도 자신의 이름을 잃은 자들이었다.
하늘의 뼈는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깃발은 펄럭이며 속삭였다.
>“기억은 다시 피를 흘리려 한다.”
세란은 칼을 뽑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기를 앞세우는 자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기억이라는 전장의 중심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