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1장: 검은 사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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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벽이 무너진 뒤, 하늘의 빛은 더 이상 같은 각도로 세상을 비추지 않았다. 이전의 햇빛은 찬란했으나 일정했고, 하늘의 뼈라 불리는 잔해가 떨어진 뒤부터는 어딘가 이상하게 꺾인 빛이 대지를 스치듯 흘렀다.
그 빛은 살아있는 자의 그림자를 안쪽으로 굽게 만들었고, 죽은 자의 흔적에선 짙고 붉은 피냄새가 배어 나왔다.
그러나 천상 잔해가 대지를 물들였다고는 하나, 그것이 모든 이에게 재앙이 된 것은 아니었다.
유성화(火)의 몸에 깃든 청홍의 문양은 더 이상 단순한 무공의 흔적이 아니었다. ‘영식(靈識)의 사자단’이라 불린 존재들이 떠난 뒤, 그녀는 사자단의 고대 코어를 흡수하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에서, 그녀는 매번 검은 사자의 눈을 응시했다. 그 눈은 우주의 깊은 블랙홀 같았고, 동시에 거울 같기도 했다. 그녀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과거의 죄들이 들춰졌고, 사자의 눈은 그것을 고요히, 가차 없이 응시했다.
>“넌, 아직 네 진짜 이름을 모르지.” 검은 사자는 늘 그렇게 말했다.
처음엔 유성화는 꿈이라 치부했지만, 어느 순간 그 목소리가 현실 속 귓가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무형의 목소리가 그녀의 기척을 따라다녔고, 무공을 펼칠 때마다 검은 사자의 눈이 그녀의 손끝에서, 검의 끝에서, 맥박의 틈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제로의 뼈를 분석하던 사유 공방의 무성헌은 아카식 방주 안에서 봉인된 삼연(三硏)의 구체를 마침내 꺼내었다. 삼연은 잊힌 시대의 기계문명이 마지막으로 남긴 순수한 지성체였다. 그러나 기계이되 감정을 품은 존재였고, 그것이 고대 왕조가 두려워했던 이유였다.
“당신이 보고 있는 데이터는 단순한 패턴이 아니오. 이건 감정의 파동이오. 뼈가 울고 있는 거요.”
무성헌의 말에 묘심(妙心)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뇌광사(雷光使)의 후예, 천둥을 불러오는 무기술의 계승자였다. 그러나 그 힘은 기술의 총체가 아니라 정령과 감응하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이질적인 두 세계, 기계와 정령의 경계선에서 무성헌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렇다면 하늘의 뼈는 단순한 유물이나 기술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나의 존재?”
>“정확하오. 그것은 기억한다오. 우리가 지운 것조차 기억하오. 그것이 지금 깨어나고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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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다른 공간. 실론 행성의 붉은 황무지.
검은 사자의 눈을 현실에서 마주한 이는 유성화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사망했다고 여겨졌던 소랑(小狼), 제영단의 전 신무제였던 그는 황무지의 나선 폭풍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를 재구성한 것은 하늘의 뼈가 아닌, 뼈에 남아 있던 ‘잔류의지(殘留意志)’였다. 그는 이제 인간도, 기계도 아닌 상태였다.
태양빛에 그림자를 남기지 않고,
대지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자.
그리고 그를 마중 나온 자가 있었다.
“너는 누구냐.”
>“검은 사자의 눈… 그 잔재. 나의 일부였고, 너의 심연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없었다. 오직 끝없는 블랙홀만이 고요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소랑은 알 수 있었다.
그 존재의 정체는 ‘초기 아카식 코어’의 잔재, 첫 번째 의식, 원초적 인식(Primordial Cognition).
>“우리는 기억한다. 파괴 이전의 질서를. 아직 네 기억은 조각나 있지만, 네가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것이 보이게 될 것이다.”
소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에 너무 많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대부분 후회였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이 달라졌다.
‘어떤 기억이 진실이고, 어떤 기억이 삽입된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
검은 사자의 눈이 점차 확대되며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세계가 회전하고 있고, 그 안에는 다시 ‘하늘의 뼈’가 떨어지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한 번도 아니고, 수천 번. 각기 다른 시공간. 다른 인물. 그러나 항상 똑같은 문장이 반복된다.
> "기억하라, 너는 그 파편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파편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성화는 그 문장을 중얼이며 검을 높이 들었다. 그녀의 뒤에는 무성헌, 묘심, 소랑, 그리고 깨어난 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끝이 아닌 시작의 문 앞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