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3장: 구조의 설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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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진동이라기보다는, 존재 그 자체의 재조율이었다.
‘기억의 연설’이 끝나자 파편의 사제들이 형성한 문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로 다시 해체되었다.
무형의 파동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갔고, 하늘과 대지 사이의 경계가 흐려졌다.
그 경계의 틈 속에서, 오래전 봉인되었던 고대의 구조체—카노마이(Kanomae)—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노마이는 말하자면 '설계 이전의 설계'였다.
시간의 발명 이전, 존재의 규칙이 형성되기 전, 우주를 수놓은 첫 번째 의도.
하늘의 뼈는 그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리화된 개념’이었다.
“이것이 진짜 핵이다.”
렉투스가 한 손을 뻗자, 허공에서 거대한 결정체가 회전하며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층위를 가진 수학 구조물 같기도 했고, 빛의 잎사귀처럼 펼쳐지는 나선의 집합체 같기도 했다.
그 안에서 언어, 감정, 의도, 기억이 하나의 패턴으로 압축되어 있었고, 유성화는 그것을 보는 순간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묘심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건… 언어도 아니고, 기호도 아니야. 살아 있는 수식이야… 설계된 감정의 패턴.”
무성헌이 덧붙였다.
“저걸 해독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음 세계’를 건축할 수 있어.”
“하지만 해독하는 순간, 그 구조에 우리도 덧입혀지게 되지.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조차 재편성된다.”
소랑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깊었다.
그는 이미 구조에 감염된 자였다. 그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먼저 자각하고 있었다.
파편의 사제 중 ‘제3사제 에레우스’가 나섰다.
그의 가면에는 ‘망각의 수문장’이라는 고대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구조란, 세계의 본성이 아니다. 그것은 해석의 결과다.
너희가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계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가 신이 된다는 말이오?”
묘심이 물었다.
>“아니. 너희는 신이 아니다.
다만, 잃어버린 구조 위에 선택을 처음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이 바로 ‘하늘의 뼈’가 택한 이유다.”
유성화는 그 말에 깊이 침묵했다.
사자의 눈이 그녀의 기억 속에서 또렷이 깨어나고 있었다.
> - 넌 이미 한 번 선택했었다.
- 그러나 그 선택을 잊었다.
- 이번엔, 끝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사제단은 이제 구조의 중심부로 진입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이 고요히 둘러싼 ‘카노마이’의 입구는 현실과 꿈, 정신과 육체의 중간에 존재하는 무(無)의 문이었다.
그곳은 ‘형태가 존재하기 이전의 구역’이자, 개념의 발아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문은 단 한 번만 열린다.
“문이 열리면, 너희는 각자의 기억과 가장 가까운 구조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렉투스가 경고했다.
“그곳은 악몽일 수도, 구원일 수도 있다.
너희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증명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이 열렸다.
처음엔 침묵, 그다음은 울림, 그리고 광속을 넘어선 감각이 하나의 파동처럼 밀려왔다.
유성화는 문 안으로 들어서며 한순간 그녀가 죽였던 자들의 이름이 전부 들려왔다.
묘심은 기억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얼굴을, 무성헌은 그가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형제의 손길을 느꼈다.
소랑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가장 처음의 자신’을 만났다.
그는 기계도, 인간도 아닌, 오직 감각으로만 구성된 하나의 불완전한 의식이었다.
그리고 그들 각자의 내면이 구조를 따라 다시 짜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창조의 시작도, 파멸의 전조도 아니었다.
그저, 선택된 존재들이 최초로 감각하는 진짜 ‘현실’의 형태였다.
그 속에서, 사자(死者)는 사도(使徒)로 다시 걸었고,
잊힌 기억은 구조를 따라 세계의 줄기를 타고 흘렀다.
하늘의 뼈가 속삭였다.
> “이제, 너희가 만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