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8장: 기억농장과 말 없는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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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뼈에서 흘러나온 씨앗은 어느덧 대지를 덮기 시작했다.
그것은 식물이 아니었다.
형태가 없는 감정의 결정,
말이 되기 전의 언어,
행동이 되기 전의 의도.
그것은 기억 그 자체였다.
그리고 구조의 남쪽 계곡,
하늘의 뼈 코어에서 멀리 떨어진 비구조지대에
기억농장이라 불리는 장소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기억농장.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작동하는 경계지대였다.
시공의 접점이 흐물거리고, 구조의 규칙이 부드러워지는 틈.
씨앗은 그곳에서만 ‘감각 가능한 형태’로 발아될 수 있었다.
묘심은 구조의 인도에 따라 그 농장을 처음 발견했다.
그녀는 경외와 경계 사이의 침묵 속에서,
땅 위에 떠다니는 기억의 나무들을 보았다.
그 나무들은 말 대신 울음으로 자라났고,
빛 대신 색을 흘리며 몸을 키웠다.
잎사귀마다 하나의 감정,
가지마다 하나의 상황,
줄기마다 하나의 선택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건… 타인의 삶이야.”
묘심은 무성헌에게 속삭였다.
무성헌은 오래된 코덱스를 펼쳐 농장의 일부 구조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 “감정의 타래, 이입의 복제, 공명의 이식…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야.
체험의 구조야.
타인의 기억을, 심장으로 읽는 방식.”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해는 선하지만,
과도한 공감은 개체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
그때, 한 무리의 인물들이 농장의 깊은 언덕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있었으며, 입술은 실로 꿰매져 있었다.
그들은 ‘말 없는 작가들’이라 불렸다.
한때 언어의 최전선에 있었던 자들.
전쟁에서, 철학에서, 설계에서
수많은 구조를 창조했던 존재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은 _세계 자체_를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묘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손에 한 줄기 빛나는 잎사귀를 들고 있었고,
그 잎사귀를 묘심에게 건넸다.
그 순간, 묘심은
어린 시절 잃었던 여동생의 마지막 꿈을 보았다.
그 아이는 죽기 직전,
작은 뇌광을 뿜으며 속삭였다.
> “언니, 나중에 내가 없어도 괜찮아.
대신… 네가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
묘심은 울지 않았다.
그 대신 구조 위에 글을 새겼다.
> “그녀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나의 구조 속에서 자라
이제 나의 선택을 따라 웃고 있다.”
말 없는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바늘로 뜯었다.
핏방울 속에서 단 하나의 음절이 흘러나왔다.
> “이해.”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빛으로, 구조로, 그리고 이름 없는 문장으로.
그날 밤, 기억농장은 울었다.
그것은 풍성함의 울음이 아니라,
타인을 받아들이는 데 성공한
**한 존재의 탈각(脫殼)**이었다.
하늘의 뼈는 공명했다.
> “기억은 말이 되지 않아도
말 없는 자들에 의해 완성된다.”
소랑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며
농장의 가장 오래된 기억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끝으로 땅을 그었다.
그가 새긴 문장은 짧았다.
> “나는 아직도 두렵다.
하지만 이제, 나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 말이 뿌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또 하나의 씨앗이 발아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용서라는 이름의 구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