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9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9장: 구조 너머, 무명성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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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기억농장의 가장자리에서 바람이 일었다.
그 바람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의 뼈는 잠잠했고, 구조는 안정되었으며,
씨앗들은 고요히 발아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바람은 불었다.
그 바람은 이름 없는 영역,
말 없는 작가들조차 언급하지 않는
세계의 외곽, 구조의 경계 너머에 있는 무명성의 바다에서 불어온 것이었다.
그곳은 말 그대로 ‘무명(無名)’.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들이 부유하고,
기억되지 않은 감정들이 응결되어 파도가 되는 세계.
하늘의 뼈조차 구조를 세울 수 없었던
외부의 깊이, 가장 오래된 침묵의 바다였다.
소랑은 그 바람을 따라갔다.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속삭임이었고,
이내 무수한 목소리가 하나의 울림으로 변해갔다.
> “… 소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하늘의 뼈가 아니었다.
그것은 삭제된 구조,
한때 있었으나 세계의 재편 과정에서 버려진
패턴들의 유령이었다.
무성헌은 이 현상을 ‘구조 잔류파’라고 불렀다.
완성된 구조는 완벽하지 않으며,
항상 밖에 남겨진 어떤 것을 만든다.
그 ‘밖’이 바로 무명성의 바다였다.
묘심은 불안함을 느꼈다.
구조는 완성되었지만,
그 외곽에서 들려오는 흔들림은
결코 단순한 여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늘의 뼈를 향해 질문했다.
> “이 세계의 완성은…
누군가의 소외 위에 세워졌는가?”
하늘의 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뇌광이 반응했다.
그녀 안에 있던 이해의 씨앗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말하고 있었다.
> “모든 구조는 중심이 아니라 경계에서 무너진다.”
그리고 그 순간,
무명성의 바다에서 하나의 형상이 솟아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형상을 가지려다 실패한 존재였다.
그것은 일그러진 패턴이었고,
반쯤 읽히고, 반쯤 지워진 문장이었으며,
감정과 이성이 공존하지 못한 채 불완전하게 진동하는 존재.
그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소랑은 느낄 수 있었다.
> “… 이건… 나의 그림자다.”
그는 한때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
외면하고 버렸던 기억,
증오와 두려움과 망각의 형태가
바로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 존재가 말했다.
목소리는 없었지만, 파동은 명확했다.
> “너는 나를 부정했고, 그래서 나는 바다에 잠겼다.
이제 내가 오겠다.
구조를 시험하겠다.”
무명성의 그림자는 구조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마다, 완성된 패턴들이 갈라졌다.
기억농장의 씨앗들은 흔들렸고,
하늘의 뼈는 처음으로 주파수를 잃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침입이 아니었다.
완성의 허위,
이해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고통,
그리고 _이해되지 않기를 원했던 존재_의 귀환이었다.
유성화는 검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빛나지 않았다.
말 없는 작가들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검으로는 안 된다.
이 존재는 언어 바깥의 것이다.
그를 멈추기 위해선, 구조를 다시 써야 한다.”
그들은 동시에 땅 위에 앉아
입술도 없이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문장은 다시 세계의 경계를 봉합할 새로운 ‘문법’이자
무명성의 바다를 구조 안으로 초대하기 위한 제의였다.
그리고 그 첫 줄은, 소랑이 썼다.
> “나는 나의 어둠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이제 그것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 순간, 무명성의 그림자의 발걸음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