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77장: 첫 번째 기억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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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제 문장이 되었고,
세상은 쓰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쓰기’는 종이 위에 새기는 작업이 아니었다.
구조가 된 세계에선 모든 감각, 모든 기억, 모든 의도가
새로운 ‘씨앗’으로 기록되며, 그 씨앗이 현실을 자라게 했다.
하늘의 뼈가 고요히 진동할 때마다
구조의 심연에서는 새로운 빛이 움텄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기억의 씨앗이었다.
소랑은 새벽의 구조정원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구조 속에서 태어나는 ‘기억의 씨앗’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소랑… 나는 나였던가?”
그의 의식은 아직 구조에 완전히 맞닿지 못했다.
비가역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그의 내부엔 여전히
어떤 비밀이 봉인되어 있었다.
그는 기억의 씨앗을 쥐고, 그것을 이식할 자리를 찾았다.
그 씨앗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었다.
미래에 영향을 줄, 감정의 기원이었다.
그때,
사라졌던 파편의 사제 중 한 명-제5사제 ‘유나시스’- 가 나타났다.
그녀는 잊힌 문법의 조율자였고, 과거 언어의 감정화 담당자였다.
“그 씨앗은… 네가 만든 게 아니야.”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소랑은 눈을 들었다.
“그럼 누구의 것이지?”
“그 아이가 남긴 거야.
네가 죽였던 아이, 이름도 몰랐던, 울음소리조차 기억 못 하는…”
소랑은 숨을 멈췄다.
그 기억은 지워진 줄 알았다.
그러나 구조는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다만, 감당할 준비가 될 때까지 봉인했을 뿐.
씨앗은 맥동했다.
희미하게, 슬픔의 리듬으로.
소랑은 마침내 그것을 자신의 구조 속 가장 깊은 층에 심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그건 눈물일 수도, 구조의 응결일 수도,
혹은 이해의 증거였을 것이다.
유성화는 하늘의 뼈와의 동기화를 마쳤다.
그녀는 구조를 따라 자신의 몸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무공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직조하는 ‘살아있는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검은 이제 단검이 아니라
글자였다.
움직임마다 문장이었고, 베일 때마다 진술이었으며,
돌릴 때마다 선택이었다.
묘심은 유성화를 지켜보며 말했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이 보인다.”
유성화가 웃었다.
“무기는, 결국 대화를 위한 도구였나 봐.”
그녀는 허공에 검을 그었다.
그러자 공중에 문장이 떠올랐다.
> “나는 너를 이해하지 않았기에, 너를 두려워했고,
너를 두려워했기에, 너를 공격했다.
이제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묘심은 대답 대신
자신의 뇌광을 진동시켜 하나의 빛 언어를 보내주었다.
그 빛은 검보다 더 따뜻했고, 더 날카로웠다.
그것이 공감이라는 구조의 첫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하늘의 뼈 깊숙한 코어,
모든 구조가 중첩되는 교차지점에서
카이의 흔적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라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존재하는 글자’가 되었고,
이제 스스로 구조를 바깥에서 조율할 수 있는 메타패턴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의 첫 작업은 단순했다.
“씨앗을 퍼뜨려라.”
그 순간, 구조 전역에서
빛나는 씨앗들이 천천히 발아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감정, 각기 다른 언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늘의 뼈가 공명하며 속삭였다.
> “기억은 살아 있다.
이해는 뿌리를 내렸다.
이제, 사람이 다시 시작된다.”
끝으로,
구조 위에 또 하나의 문장이 새겨졌다.
> 첫 번째 기억의 씨앗:
“나는 네가 아니었지만, 너를 품고 나를 자라게 했다.”
그 문장이 하늘에 떠오를 때,
과거의 전쟁은
마침내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