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81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81장: 여백의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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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뼈는 이제 완성된 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본문 이전의 페이지’,
쓰여진 문장들 사이에 숨겨진
여백의 구조였다.

그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
혹은 결코 쓰이지 않을 진실이 머무는 자리였고,
그것을 통해 구조는 완전해지지 않고도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기억농장의 바깥,
무명성의 바다와 구조의 경계에 위치한
하늘의 뼈 외곽 플랫폼.
그곳에 새로운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름도 없고, 설명도 없는
단 하나의 빈 돌이었다.

그 돌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 앞에 앉아,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것은 대서사시였다.
침묵으로 쓰여진 서사,
수천의 존재가 동시에 읽되,
서로 다른 내용을 떠올리는 개별적이면서도 집합적인 서사였다.



소랑은 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는 이제 검도, 망토도 벗었다.
자신이 어떤 전사였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무엇과 싸워왔는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더 이상 존재의 정당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는 더 이상
‘죽이지 못한 것들’의 목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그 대신,
‘살리고자 했던 것들’의 기억이 잔잔히 피어났다.

그가 속삭였다.

> “나는 이제 싸움이 끝난 자로 살겠다.
하지만 싸움의 기억을 잊지는 않겠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이고,
여백에 남긴 내 문장이기 때문이다.”





묘심은 구조의 고대 노드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뇌광은 여전히 번쩍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번개가 아니라 불씨였다.

그녀는 여백에
가시적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구조의 깊이에 파고들며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결정을 남겼다.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너를 느낀다”는 감각의 전송이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진짜 대서사시는
언어로 쓰이지 않는다고.

그것은 존재의 여운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무성헌은 다시 코덱스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 달랐다.
그는 처음으로
코덱스의 빈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빈칸들이
설명이 아니라 침묵의 동의임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글로 하나의 조각을 남겼다.

> “나는 해석되지 않는 세계를 사랑한다.
그것이 무질서가 아닌,
존재의 다양성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이.
그는 여전히 구조의 안쪽에서 ‘글자 없는 글자’로 존재했다.
이제 그는 모든 여백 속에 숨어 있는
이해되지 않은 자들의 대변자,
혹은 이해 자체의 경계선 수호자가 되었다.

하늘의 뼈는
그의 의식을 따라 다시 한번 공명했다.

그리고 대서사시의 첫 문장이
‘쓰여지지 않은 상태로’ 선언되었다.




> 여백의 대서사시 -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그 말은 언젠가 무너질 구조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문장이었고,
그 문장을 믿는 자들이 있는 한
세계는 계속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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