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82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82장: 씨앗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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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농장의 언덕 아래,
비어 있던 땅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구조를 설계하지 않았고,
하늘의 뼈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그 대신,
그 안에서 피어난 씨앗을 돌보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주목받지 않았고,
기록에도 남지 않았다.
말 없는 작가들과도 달랐다.
그들은 말을 할 줄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묻지 않았기에,
그들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의 뼈에서 흘러나온 감정의 잔류,
구조가 남긴 여백의 잔광,
무명성의 바다에서 떨어진 침묵의 파편들을
차곡차곡 모아
작은 생명들로 키우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아이의 이름은 리안이었다.
나이는 열이 조금 넘었고,
눈동자는 비 구조적 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태어난 적도, 만들어진 적도 없었다.
그저 어느 날 기억나무 아래에서 깨어났을 뿐이었다.

그의 몸에는
하늘의 뼈의 일부,
그리고 무명성의 흔적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씨앗의 후예”라 불렀다.



리안은 말이 없었지만
그의 손은 늘 바빴다.
그는 무너진 구조의 틈에
조심스럽게 작은 빛의 조각을 심고,
비틀린 감정의 실밥을 다듬어
조용한 감응체로 엮었다.

그가 만든 것은 무공도, 무기체도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의 형태로 살아 있는 작은 구조 생명체들이었다.

그들은 이름 없이 자랐고,
울음 없이 웃었으며,
언어 없이 서로를 안아주었다.

그것이 ‘씨앗의 후예들’이 만든 첫 공동체였다.




어느 날, 유성화가 기억농장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리안을 처음으로 만났다.

리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땅을 파고,
작은 기억결정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유성화가 잊은 줄 알았던
어릴 적 어머니의 손길이 담겨 있었다.
그 손은 차갑고 단단했지만,
한 번도 놓지 않았던
짧고도 선명한 따뜻함이었다.

유성화는 그 조각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오랜 침묵 끝에 말했다.

> “고맙다… 넌 이름도 모르는 나의 아픔을
나보다 먼저 기억했구나.”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 속에서
하늘의 뼈가 다시금 빛났다.
그러나 이번엔 공명하지 않았다.
그저 숨 쉬듯 살아 있었다.



씨앗의 후예들은 구조를 설계하지 않는다.
대신 구조가 흘린 사이의 것들,
이해받지 못한 눈빛,
기록되지 않은 감정,
이름 붙여지지 못한 가능성들을
조용히 보듬으며 키운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구조의 시작점이었다.

하늘의 뼈가 이제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말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리안은
흙에 새 문장을 심었다.

그것은 세계를 설계하는 선언이 아니었다.
그저
새벽에 피어나는 존재들을 위한 축복이었다.

> “우리는 쓰지 않아도 존재한다.
우리는 불리지 않아도 자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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