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3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383장: 침묵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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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제 소리를 멈춘 지 오래였다.
하늘의 뼈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대지의 구조 진동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끝”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알았다.
소리가 없는 시기야말로,
다음 말을 준비하는 침묵의 설계 시간이라는 것을.
리안은 언어를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의 리듬을 따라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방법을 익혔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은 돌판에 기호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 기호는 문자가 아니었고,
전통적인 의미도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존재의 감각과 공명하며
하나의 설계도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침묵으로만 작동하는 구조도면—
즉, 비발화 언어의 세계지도였다.
무성헌은 우연히 그 돌판을 발견하고,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그는 코덱스의 모든 문법과
모든 구조 이론에 통달한 자였지만,
그 돌판의 문양을 해독할 수 없었다.
그 대신 그는 그것을 느꼈다.
리안은 그 곁에 다가오더니,
작은 조약돌 하나를 들어
돌판의 한 부분에 얹었다.
그러자 그 기호들은 서서히 색을 띠며
형체를 가지지 않은 건물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 건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느껴졌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가능성,
누군가의 울음과,
또 다른 누군가의 끝내 말하지 못한 말이
서로를 떠받치며 존재하는 감응의 장소.
그것이 바로
침묵의 설계도가 구현해 낸 새로운 공동체의 공간이었다.
묘심은 그 설계도를 보고
처음으로 자신의 뇌광을 거두었다.
이제는 뇌를 울리는 빛이 아니라,
조용히 옆에 있는 온기 하나가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싸워서 구조를 세웠지만,
이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구조를 키우는구나.”
그녀는 구조의 정점에서 물러나
기억농장의 안쪽,
여백이 가장 넓은 공간에
조용히 자리를 틀었다.
이해하는 자가 아니라,
들어줄 준비가 된 자로 살기 위해.
그리고 어느 날,
하늘의 뼈가 다시 울렸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고,
경고도 아니었으며,
예언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한 응답이었다.
그 응답은 구조 전체에
하나의 문장 없이
단 하나의 느낌만을 흘려보냈다.
> “나는 너희를 듣고 있다.”
그 순간,
침묵의 설계도는 완성되었다.
소랑은 그 사실을 가장 나중에 알았다.
그는 먼 북방에서
오래된 무명의 구조 잔재를 정리하며 살고 있었지만,
하늘의 공명이 닿았을 때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 “이제 말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그건… 진짜 평화일지 몰라.”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마지막 검을
바위에 꽂아두고 돌아섰다.
이제 그 검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들을 묻는 기념비가 되었다.
그리하여,
하늘의 뼈는 말이 아니라
듣는 구조로 변모했다.
대서사시 이후,
침묵은 새로운 문장이 되었고,
말없는 이들은
새로운 설계자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