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차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15편. 쓰레기 수거차


밤 열두 시, 골목길은 쓰레기 냄새와 어둠으로 가득했다.

형광 조끼를 입은 작가 성호는 쓰레기 수거차 뒤에 매달려 있었다.

손에는 붓 대신 갈고리와 장갑이 들려 있었고,

그의 캔버스 대신 검은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낮에는 그림을 그렸던 손이,

밤에는 쓰레기를 들어 올렸다.



성호는 봉지를 들어 올릴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에는 어제의 저녁, 버려진 시간, 필요 없어진 욕망이 담겼겠지.”


봉지 속에서 튀어나온 찢어진 포스터, 깨진 유리, 물에 젖은 책장 조각.

그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삶이었고, 동시에 성호에겐 예술의 파편처럼 보였다.


가끔은 버려진 액자 속에 흙탕물이 고여 있었고,

그 위에 비친 가로등 불빛은

그가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빛의 그림’과 다르지 않았다.


수거차는 동네를 돌며 일정한 리듬을 냈다.

“삑—쿵, 덜컹, 쾅!”

그 소리는 성호의 귀에 교향곡처럼 들렸다.

그는 종종 노트에 적었다.


‘삑—는 트럼펫,

쿵은 큰북,

덜컹은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는 소리,

쾅은 무대 위 마지막 박수.’


세상 사람들에게는 쓰레기차의 소음이었지만,

성호에게는 밤의 교향곡이었다.


어느 날, 수거 중에 버려진 캔버스 몇 장을 발견했다.

비에 젖어 얼룩지고, 곰팡이가 피어 있었지만,

그에게는 그마저도 귀한 재료였다.


성호는 그것들을 몰래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쓰레기차에서 흘린 기름 자국, 찢어진 비닐 조각, 철가루를 붙여 그림을 만들었다.

작품의 제목은 〈버려진 노래〉.


벽에 걸린 그것은 정식 캔버스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쓰레기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어느 날, 새벽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한 노부인이 성호에게 다가왔다.

“젊은이, 고생이 많네. 그런데… 손이 왜 그렇게 물감에 물든 것 같아?”


성호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물감이 아니라 기름때예요. 하지만… 언젠가 물감으로 다시 바꿀 겁니다.”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빵을 건네주었다.

“그럼 힘내게. 예술가는 어디서든 살아야 하니까.”


그 빵은 고지서보다도, 어느 전시보다도 따뜻한 후원처럼 느껴졌다.


쓰레기 수거차는 오늘도 골목을 달린다.

사람들은 여전히 냄새와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성호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장면을 본다.


그는 노트에 적는다.


나는 쓰레기를 치우는 손이자,

버려진 것들에서 세상을 다시 그리는 화가다.

내 무대는 새벽 골목, 내 조명은 가로등이다.


수거차가 떠난 자리에 남는 건 텅 빈 거리.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교향곡이 울리고 있었다.


“내일도, 쓰레기차는 나의 화실이다.”


— 끝 (제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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