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A - 10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ep 13. 2024
코인 빨래방은 조용한 저녁, 혜원과 추상 미술가(그의 이름은 문수로 지어두자)가 각자의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있었다. 혜원은 지저분한 집시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고, 문수는 무언가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혜원 씨, 빨래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문수가 돌연 말을 꺼냈다.
혜원은 대꾸 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그를 바라봤다. "당신의 예술 철학은 항상 기묘했죠. 이번에는 뭘 만들어내려는 거예요?"
문수는 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옷더미들을 가리켰다. "이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시간들… 빨래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우리의 옷이 흘려보낸 시간들 말이야."
그때, 세탁기가 갑자기 멈췄다. 더불어, 코인 빨래방 안의 모든 소리도 함께 멈춘 듯했다. 혜원과 문수는 순간적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이건 또 뭐야...” 혜원이 중얼거렸다.
세탁기의 문이 열리더니, 그 속에서 빛나는 구슬 같은 물체가 하나 튀어나왔다. 그 구슬은 마치 우주 전체가 축소되어 들어있는 것처럼 깊고 신비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뭐지 이건?" 문수가 그 구슬을 바라보며 물었다. 혜원은 고개를 숙여 구슬을 살피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저건… 블랙홀의 조각이야."
"블랙홀? 그런 게 빨래에서 나올 리가 없잖아."
"문수 씨, 이건 우리가 아는 세계의 물건이 아니에요. 이곳은… 뭔가 다른 차원이랑 연결된 것 같아."
그 순간, 검은 고양이가 빨래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까마귀들도 그 뒤를 따라오더니, 일렬로 서서 그들을 응시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예상된 일이라는 듯.
"자, 이제는 뭘 해야 할지 알겠군." 문수가 뭔가 결단한 표정으로 구슬을 집어 들었다. 혜원은 조금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그걸로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고."
문수는 구슬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이걸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 우리의 젊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걸 어떻게 믿어?" 혜원이 신랄하게 말했다.
그때, 구슬이 문수의 손에서 스르륵 떠오르더니 갑자기 방 안 전체를 휘감는 듯한 강렬한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방은 흔들렸고, 혜원과 문수는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소리쳤다. 빛 속에서, 빨래방은 천천히 우주 공간 속에 녹아들어 갔다.
갑자기 그들은 빨래방 바깥에 있었던 도시가 아닌, 거대한 우주선 같은 공간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그곳은 마치 블랙홀의 중심 같았다. 은하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디야?” 혜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이건 블랙홀 안의 차원
공간이야, " 문수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린 지금 시간의 축을 넘어선 거야."
그러나 그때, 우주선의 어딘가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경고음과 함께 갑자기 우주선 밖에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세탁의 악마'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의 혼돈을 상징하는 존재, '시간의 포식자'였다.
“이건… 너무 큰 일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혜원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문수는 고요하게 그 괴물을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할 수 있어. 세탁의 힘을 믿어."
그는 다시
한번 구슬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구슬에서 엄청난 힘이 방출되었고, 그 힘은 빨래방의 세탁기처럼 우주를 휘감았다. 혜원과 문수는 그 속에서 서로의 젊은 시절로 돌아갔고, 그들의 인생에서 잃어버린 순간들이 스치듯 돌아왔다.
시간의 포식자는 그 힘에 이끌려 빠져들었고, 마침내 블랙홀의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혜원과 문수는 다시 코인 빨래방에 서 있었다. 세탁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고양이와 까마귀들도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혜원은 젊음을 되찾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곳에서 인생이 다시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어."
문수는 구슬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빨래는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차원의 몽상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keyword
코인
세탁
구슬
4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FortelinaAurea Lee레아
그냥... 그냥... 그냥... 딱히 뭐라고... 그냥... 마음표현.
구독자
29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