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과 문수가 우주선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 주위로 12개의 이상한 생명체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습니다. 콜라, 사이다, 봉봉, 껌딱지, 슬라임 등 지구에서 볼 법한 물건들이 의인화되어 있었죠.
"어서 오세요, 지구인들!" 콜라 캔 모양의 생명체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우리는 '음료수 행성'의 대표들이에요."
혜원은 눈을 비비며 말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죠?"
문수는 흥분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와, 이건 정말 환상적인데요! 당신들은 어떻게 이렇게 됐나요?"
사이다 병 모양의 생명체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원래 지구의 쓰레기였어요. 하지만 우주의 신비한 힘으로 생명을 얻게 되었죠."
그때, 갑자기 우주선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고음이 울리며 빨간 불이 깜빡거렸습니다.
"이런, 슬라임 몬스터가 우리 행성을 공격하고 있어요!" 봉봉 모양의 생명체가 소리쳤습니다.
혜원과 문수는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문수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껌딱지 생명체가 앞으로 나와 설명했습니다. "우리의 특별한 능력을 합치면 슬라임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해요!"
혜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콜라와 사이다의 거품으로 슬라임을 녹이고, 봉봉의 달콤함으로 유인한 다음, 껌딱지로 붙잡는 건 어떨까요?"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멋진 아이디어예요!"
그들은 혜원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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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과 문수가 다시 빨래방에 돌아와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갑자기 세탁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우주에서 나는 진동음 같았고, 세탁기 문이 열리자 그 속에서 작은 콜라 캔이 굴러 나왔다.
"이건 또 뭐야? 이번엔 콜라가 나오는 거야?" 혜원이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문수는 콜라 캔을 집어 들며 살펴보더니 눈을 찡그렸다. "이건 단순한 콜라가 아니야. 이건 우주 행성에서 온 물건이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빨래방 천장이 갑자기 열리더니 그 둘은 다시 한번 우주의 무한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엔 그들 앞에 거대한 행성이 나타났다. 그 행성은 마치 탄산음료로 뒤덮인 듯, 표면이 끊임없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콜라 강, 사이다 산, 그리고 봉봉 바다로 가득한 이 행성의 이름은 ‘카본 행성’이었다.
"여긴 도대체 뭐야?" 혜원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곳은 카본 행성. 이 행성은 모든 탄산음료의 원천이라고 해."
그들이 행성 표면에 발을 디디자마자, 갑자기 그들 앞에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슬라임 몬스터들로, 몸속에 콜라와 사이다 같은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아주 끈적끈적했다.
"슬라임 몬스터들… 이건 예상 못 했네, " 문수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혜원의 발에 뭔가 끈적하게 붙어 있었다는 것. 그녀가 발을 들여다보니, 이미 껌딱지가 잔뜩 붙어 그녀의 발을 움직일 수 없게 하고 있었다.
"아, 제기랄! 여기 껌딱지들이 지천이야!" 혜원이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껌딱지 몬스터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 주변을 서서히 에워쌌다. 그들은 마치 사람을 놀리는 장난꾸러기들처럼 혜원을 둘러싸고 끈적끈적한 껌을 이리저리 늘리며 장난을 쳤다.
"이건 놔! 너무 끈적해!" 혜원이 몸을 비틀며 외치자, 문수가 곧장 콜라 캔을 열어 껌딱지들 위에 뿌렸다. 그러자 껌딱지 몬스터들은 마치 탄산에 닿은 얼음처럼 빠르게 녹아내렸다.
"탄산이 약점이군, " 문수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어."
그들이 슬라임 몬스터들에 맞서기 위해 콜라와 사이다를 모아 무기로 사용할 때, 갑자기 카본 행성의 하늘에 거대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은 이번에 그들을 막으려는 또 다른 적, ‘눌어붙은 껌딱지 왕’이었다. 그 왕은 몸집이 거대했고, 온몸에 수백 년 된 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너희가 나의 군대를 무찌르려고 한다면, 각오해라!" 껌딱지 왕이 굵직한 목소리로 외쳤다.
"각오라니, 우리는 그냥 빨래하러 왔을 뿐이야!" 혜원이 비명처럼 외쳤지만, 이미 껌딱지 왕은 공격을 시작했다. 왕은 강력한 껌줄기를 발사하며 혜원과 문수를 위협했고, 그들은 마치 전장에서 싸우는 듯 피했다.
문수는 콜라 캔을 꺼내 들고 말했다. "혜원 씨, 이 콜라가 해답일지도 몰라. 이걸로 그 껌딱지 왕을 없앨 수 있을 거야!"
"그럼 뭐라도 해봐요!" 혜원이 답답한 목소리로 외쳤다.
문수는 콜라를 들고 껌딱지 왕을 향해 던졌다. 콜라 캔은 껌딱지 왕의 머리 위에서 터지며 그를 끈적끈적하게 덮었다. 그러자 껌딱지 왕의 몸이 녹아내리며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효과가 있네!" 혜원이 놀라며 외쳤다.
그렇게 그들은 카본 행성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모든 껌딱지와 슬라임 몬스터들도 사라졌다. 결국 혜원과 문수는 승리의 콜라를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빨래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했던 문수 씨, 이번엔 예술보다는 전쟁 같았어요." 혜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하지만 모든 예술에는 고난이 따르는 법이죠."
그들이 다시 빨래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엔 여전히 검은 고양이와 까마귀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빨래는 깨끗하게 끝났고, 빨래방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았다. 그들이 경험한 모든 일은 현실이었고, 그들의 모험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