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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A - 12

by FortelinaAurea Lee레아

혜원은 카본 행성에서의 기묘한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빨래방에서 겪은 기이한 일들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거 출판하면 대박이겠는데?"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뭐야? 무슨 소리야?” 혜원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고장 난 줄 알았던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뭐지? 내가 분명히 고장 난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다가가서 세탁기의 문을 열어 보려 했으나, 갑자기 세탁기 안에서 한 쌍의 빨래집게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을 콱! 하고 물었다.


“아아악! 이게 뭐야!” 혜원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세탁기 안에서는 마치 스프링처럼 빨래집게들이 연이어 튀어나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꼬집고, 옷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혜원은 빨래집게들의 공격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도망쳤다.


"이건 코미디야, 완전 코미디!" 그녀는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세탁기에서 빨래집게들이 자신을 쫓아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누가 믿겠어?”


결국 그녀는 빨래집게 군단을 가까스로 뿌리친 후, 화가 문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수 씨, 빨리 좀 와봐요! 세탁기가 미쳤어! 빨래집게들이 나한테 덤벼들었어!"


전화기 너머에서 문수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원 씨, 그거 그냥 상상 아니에요? 당신 요즘 너무 많이 썼잖아요. 잠 좀 자요."


혜원은 이를 갈며 말했다. "이게 상상이라면 지금 당신에게 왜 전화했겠어요? 빨리 와보라고!"


문수는 결국 혜원의 집으로 오기로 했고, 그녀는 그 사이에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세탁기에서 거대한 거품이 흘러나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 돼! 이번엔 거품까지…” 혜원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거품은 그 어떤 생명체처럼 그녀를 향해 몰려들었다. "제기랄, 이젠 세탁기 거품마저 나를 먹으려고 해?"


결국 혜원은 거품 속에서 허우적대며 탈출했고, 문수는 뒤늦게 도착했다. 문수는 세탁기 앞에서 거품을 툭툭 치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고 물었다.


혜원이 거품을 닦아내며 말했다. “뭐든지 믿지 않겠지, 문수 씨? 빨래집게가 나를 공격하고, 이제 거품까지… 이거 완전 영화야.”


그때, 문수는 갑자기 세탁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고 귀여운 로봇이 하나 튀어나왔다. 그 로봇은 "안녕하세요! 저는 세탁 도우미 로봇 2세대입니다!"라고 외치며 문수의 옷을 잡아당겼다.


혜원은 턱을 괴며 말했다. “이게 뭐야, 진짜? 세탁기 안에 로봇이 숨어 있었던 거야?”


문수는 로봇을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로봇한테 끌려다녀야 하는 거지?”


혜원이 빵 터져 웃으며 말했다. “문수 씨, 이거 대박이에요. 우주 탐험보다 더 기막힌 세탁 로봇 이야기라니!”


그렇게 둘은 세탁 로봇의 기묘한 행동을 지켜보며 한참 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들이 빨래방에서 만난 또 다른 손님이 등장했다. 헤드폰을 끼고 유유히 빨래방으로 들어온 20대 중반의 집시 여자는 문턱에 걸려 넘어졌고, 턱에 약간의 상처가 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빨래방 주인 은하는 당황해서 소독약을 찾기 위해 서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뭐가 그렇게 급해?" 태오가 은하에게 물으며 다가왔다.


은하는 소독약을 떨어뜨리며 대답했다. "저… 집시 여자가 넘어져서 상처가…"


그때 집시 여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아, 괜찮아요! 이런 건 금방 나아요. 사실 이 상처는 운명의 일종이에요."


문수와 혜원은 멀찍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운명이라니, 빨래방에서 턱 다치는 게 운명이 될 수 있나?"


혜원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러다 이 빨래방, 우주 모험보다 더 재밌어질지도 몰라."


그 순간, 세탁기에서 또 한 번 웅웅 소리가 나더니, 빨래방 안이 빛으로 가득 찼다. 모든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고, 곧 세탁기 속에서 또 다른 기묘한 물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뭐야? 또 우주로 가야 하나?” 혜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웃음보다 더 큰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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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들이 혜원의 집에 있는 고장 난 세탁기 안으로 들어간 사건은 사실 아주 이상한 경로를 통해 일어났다. 그건 마치 평범한 현실과 미친 듯이 얽혀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일종의 우연이자, 우주의 장난이었다.

사건은 빨래방에서 시작되었다. 은하가 운영하는 그 작은 코인 빨래방은 사실 지구와 다른 차원들 사이에 숨겨진 일종의 '포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은하는 물론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냥 빨래만 잘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탁기들이 돌아갈 때마다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원의 문들이 열리고 닫히며 물건들이 얽혀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빨래방에서 세탁기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은하는 잠시 빨래방 밖으로 나갔고, 문이 잠깐 열려 있었다. 그 순간 검은 고양이가 빨래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 뒤를 까마귀 몇 마리가 따랐다. 그들은 마치 의식이 있는 듯 세탁기 근처로 다가가, 세탁기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들이 돌자마자 세탁기 속에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점점 강해졌고, 세탁기 속에 있던 빨래집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오더니, 이상한 빛을 띠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건 뭐야?" 그 순간, 은하가 빨래방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눈앞에서 빨래집게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마귀들이 그 빛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빨래집게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혜원의 집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문제는 혜원의 세탁기였다. 그 세탁기는 오래전 고장 나 있었고,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그 안에는 차원의 틈이 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빨래방의 세탁기에서 발생한 차원의 에너지가 혜원의 집에 퍼져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혜원의 집에서 빨래집게들이 휘몰아치며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세탁기 안에 자리를 잡고, 그곳을 자신들의 '기지'로 삼았다. 이제 빨래집게들은 단순한 집게가 아니었다. 차원의 힘을 얻은 그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었다.


혜원이 세탁기를 열자마자 빨래집게들이 쏟아져 나와 공격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차원 포털의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그 포털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이제 혜원의 집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했다.


그들은 세탁기 안에서 이상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더 많은 빨래집게들을 소환해 혜원의 집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빨래집게 제국'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품고 말이다.


하지만 혜원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당시 그녀는 그저 빨래집게가 자신을 공격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 빵 터지며, "이게 도대체 뭐야?!" 하고 외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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