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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02. 2024

[ 제로의 시대 ]

Z-49 -자연에 대한 화성 아이들과의 대화

엠마와 카이가 화성에서 자란 아이들과 함께 둥그렇게 앉아 있었다. 화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지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엠마와 카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 푸르른 행성에 대해 듣곤 했다.


"선생님, " 한 아이가 물었다. "자연이란 건 대체 뭐예요? 왜 지구에서만 자연이라는 말을 쓰는 거죠? 우리가 사는 이 화성에도 자연이 있는 건가요?"


엠마가 살짝 미소 지었다. "좋은 질문이구나. 자연이란 단어는 우리가 사는 세상, 즉 인류가 만든 것이 아닌 세상을 가리키는 말이야. 산, 바다, 나무, 그리고 동물들처럼 말이지. 하지만 지구에서만 자연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그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일 거야. 화성에서는 환경 대부분이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자연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같고."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연은 단지 지구에만 있는 게 아니야. 우주의 모든 곳에서 자연이 존재해. 행성들, 별들, 블랙홀,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들까지. 그 모두가 자연의 일부야. 우주의 법칙에 따라 생기고, 없어지고, 또 변화하는 모든 것이 자연이야."


아이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럼, 자연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건가요? 화성은 지구처럼 스스로 생명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 여긴 자연이 없는 거 아닌가요?"


엠마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렇지 않단다. 화성도 자연의 일부야. 우리가 지구와 다른 모습으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화성의 먼지, 돌, 그리고 공기조차도 자연의 일부라고 볼 수 있지. 자연은 우리가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뿐이야."


카이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잊고 있는 건, 자연은 이름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거야."


엠마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자연은 생명의 흔적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야. 화성에서 너희가 숨 쉬고, 걸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순간도 자연의 일부지."


아이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호기심이 떠올랐다.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선생님. 우리가 여기 화성에서 하는 실험들, 예를 들어 흙을 만들어서 씨앗을 심고 나무를 키우는 것도 자연이 될 수 있나요?"


엠마는 그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물론이지. 그건 자연을 모방해서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야. 지구에서는 자연이 스스로 모든 걸 해냈지만, 화성에서는 우리가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과정을 만들어가는 거야. 화성의 자연은 너희 손끝에서 자라고 있단다."


카이는 엠마의 말을 이어받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자연은 그 공간의 일부로 존재해. 우주는 거대한 자연 그 자체니까. 지구, 화성, 심지어 우주선 안에서도 자연은 사라지지 않아. 단지 그 형태와 과정이 다를 뿐이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어린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선생님. 우리가 만든 화성의 자연이 나중에 다른 별로도 퍼질 수 있나요? 우리도 우주의 일부로 새로운 자연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엠마와 카이는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너희가 만들어가는 모든 건 우주의 일부로 남을 거야. 자연은 단지 지구나 화성에 국한되지 않아. 너희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연이 될 수 있어."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들은 그제야 자연이라는 것이 단지 지구의 나무와 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와 노력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엠마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자연은 그저 환경이나 풍경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연결,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야. 너희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자연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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