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멘스호가 씨앗의 새로운 좌표를 따라 항해를 시작한 지 며칠 후, 선원들은 놀라운 풍경을 목격했다.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한 듯 보이는 웅장한 빛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도시는 시간이 멈춘 듯 정지되어 있었고, 반짝이는 건축물들이 어두운 우주 속에서 섬광처럼 빛났다.
"저건 뭐지?" 리안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고대 문명이 만든 도시 같아."
아르카가 데이터를 분석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건 설명이 안 돼. 위치도 이상하고, 에너지 신호도 시간과 공간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 마치 이 도시는 '시간 바깥'에 존재하는 것 같아."
카이라는 씨앗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씨앗이 이곳으로 우리를 데려온 이유가 있을 거야. 도시에 들어가 봐야 해."
루미라는 미묘하게 불안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야. 이곳엔… 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루멘스호가 도시에 착륙하자, 선원들은 조심스럽게 외부로 나섰다. 도시의 공기는 따뜻했고, 발 아래 대리석 같은 바닥은 걸을 때마다 희미하게 빛났다.
"이 도시엔 생명체의 흔적이 없어 보이는데도 너무 생생해." 리안이 속삭였다.
"너무 조용해서 더 무섭군." 아르카가 그의 장비로 주변을 스캔하며 말했다.
카이라는 앞장서서 도시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뭔가 강력한 에너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엔 뭔가 답이 있어."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시의 중앙에 도달하자, 거대한 빛의 수정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정탑은 마치 씨앗과 연결된 듯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 수정… 씨앗과 비슷해 보여." 리안이 말했다.
아르카가 놀란 표정으로 덧붙였다. "저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야. 저 수정은 시간을 저장하고 있는 것 같아. 이 도시의 모든 과거와 미래가 저 안에 봉인된 거야."
카이라는 손을 뻗어 수정탑에 닿았다. 그 순간, 도시 전체가 흔들리며 눈부신 빛이 퍼져나갔다.
빛 속에서 카이라는 낯선 장면들을 보기 시작했다. 거대한 우주의 전쟁, 씨앗의 창조와 분산, 그리고 잃어버린 문명이 씨앗을 이용해 자신들의 미래를 바꾸려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건… 이 도시의 과거인가?" 그녀는 속삭였다.
루미라가 카이라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아니, 이건 단순한 과거가 아니야. 이건 우주가 씨앗에게 남긴 '기억'이야. 씨앗은 이 모든 걸 보았고, 저장했어."
그러나 장면들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더니, 한 순간에 끊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씨앗을 찾으려 하지만, 씨앗이 너희를 선택한 이유를 아는가?"
선원들은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야? 누가 말하는 거야?" 리안이 소리쳤다.
"우린 이 도시의 수호자다. 잃어버린 시간의 기록을 지키는 존재. 너희는 씨앗의 시험을 통과했지만, 아직 완전한 답을 얻지 못했다."
카이라는 단호히 물었다. "씨앗이 원하는 답이 뭐지? 우리가 이 도시에 온 이유는 뭔가?"
목소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씨앗은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균형은 깨져버렸다. 너희는 씨앗을 통해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씨앗의 힘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그 순간, 수정탑이 갑자기 갈라지며 내부로 향하는 길이 드러났다.
"저 안에 답이 있어." 카이라는 두려움을 떨치며 말했다.
"조심해야 해. 이건 단순한 탐험이 아니야." 루미라가 경고했다.
선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결의를 다졌다. 그들은 수정탑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탑 안에는 우주와 시간을 아우르는 거대한 장치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탑의 중심에는 또 다른 씨앗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 씨앗은 이전의 것들과는 다르게, 검고 날카로운 에너지를 뿜고 있었다.
"이 씨앗은 뭔가 달라." 아르카가 말했다.
카이라는 검은 씨앗을 바라보며 다가갔다. 그녀는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임을 직감했다.
"이 씨앗은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인도할 수도 있고, 완전히 파멸로 이끌 수도 있어."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그럼 우린 뭘 해야 하는 거지?" 리안이 물었다.
카이라는 씨앗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우린 답을 찾아야 해. 씨앗이 우리에게 원하는 진실을."
그 순간, 검은 씨앗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하며 루멘스호의 선원들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