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멘스호가 새로운 우주를 항해하던 중, 씨앗은 다시 미세한 신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이전과는 달리 부드럽고도 음악 같은 리듬이었다. 그것은 멀리서부터 속삭이는 듯한 노래와도 같았으며, 선원들의 마음 깊숙이 울렸다.
“이건 뭐지?” 리안이 창밖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번엔 또 다른 시험인가?"
루미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건 시험이 아니야. 무언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마치 고향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야."
카이라는 씨앗을 손에 쥐고 그 리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한 별의 존재와 연결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 별은 스스로를 **"소르노아"**라고 불렀다.
“나는 소르노아, 창조의 별.” 씨앗을 통해 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나의 부름을 듣고 이곳에 도달했다. 이제 너희의 운명은 나와 얽히게 될 것이다.”
“운명?” 카이라가 물었다. “우린 단지 새로운 우주를 탐험하고 있을 뿐이야. 왜 우리가 너와 얽히게 된다는 거지?”
“너희가 선택한 씨앗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소르노아가 설명했다. “씨앗은 우주에 흩어진 고대의 지혜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는 창조와 파괴의 힘을 모두 쥐게 되며, 우주의 흐름을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힘은 균형을 유지하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리안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무거운 책임인가… 우린 그저 탐험하고 싶었을 뿐인데.”
“책임은 선택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소르노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걱정 마라. 너희의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나의 지혜를 얻으려면 먼저 나를 둘러싼 파동을 해독해야 한다.”
소르노아의 빛은 점점 강렬해졌고, 우주선 내부의 모든 시스템이 갑작스럽게 별의 주파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루멘스호는 더 이상 조종할 수 없었고, 파동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이건 마치…” 아르카가 데이터를 분석하며 말했다. “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져. 이 파동은 그 존재의 일부일지도 몰라.”
카이라는 눈을 감고 씨앗과 소르노아의 리듬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별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곳에는 끝없는 빛의 흐름이 존재했으며, 각 흐름은 서로 다른 감정을 담고 있었다.
“이건 별의 기억이야.” 카이라가 눈을 뜨며 말했다. “소르노아는 우주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관찰자야. 그리고 지금, 우리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해.”
그 순간, 루멘스호의 앞에 거대한 빛의 문이 나타났다. 소르노아는 그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문은 너희가 선택한 길로 인도할 것이다. 하지만 문을 통과하려면 너희는 각자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직면해야 한다.”
리안은 긴장하며 물었다. “우리가 이미 두려움과 직면했던 시험이 있었잖아. 또 다른 시험을 봐야 한다고?”
“이번 시험은 너희 각자가 가진 빛과 어둠의 조화를 묻는 것이다.” 소르노아가 대답했다. “너희 안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빛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 문은 너희를 통과시킬 것이다.”
카이라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린 이미 여기까지 왔어. 그 어떤 시험도 이겨낼 수 있어.”
첫 번째로 문을 향해 다가간 건 리안이었다. 문 앞에 서자, 그는 자신의 어릴 적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가족을 구하지 못했던 과거의 고통을 다시 마주했다.
“너는 실패자야.” 그의 환영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속삭였다. “넌 누구도 구할 수 없어.”
하지만 리안은 차분히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난 실패했지만, 그 실패 덕분에 성장했고, 이제는 동료들과 함께할 힘을 얻었어.”
리안이 문을 통과하자, 이번엔 루미라의 차례였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 행성이 몰락했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에 휩싸였다.
“너는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 환영이 그녀를 조롱했다.
루미라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난 지금 여기 있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기 위해 싸우고 있어.”
그다음은 아르카였다. 그는 자신이 의존했던 기술이 스스로를 배신하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환영을 보았다.
“기계는 너를 초월할 것이다.” 목소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러나 아르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야. 그것은 내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져.”
마지막으로 카이라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창조하려던 이상적인 세상이 전쟁과 억압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았다.
“너의 이상은 허무한 환상일 뿐이다.” 목소리가 조롱했다.
하지만 카이라는 단호히 대답했다. “아니, 난 이상을 믿어. 내가 실패하더라도, 그 꿈을 추구하는 한 희망은 살아있을 거야.”
모두가 문을 통과하자, 소르노아의 빛이 그들을 감싸며 말했다. “너희는 균형을 찾았다. 이제 나의 지혜를 이어받아 새로운 우주를 창조할 준비가 되었다.”
그 순간, 씨앗은 전보다 훨씬 강렬한 빛을 발하며 우주 전체로 퍼졌다. 루멘스호의 선원들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들 앞에 펼쳐질 운명은 무엇일까? 새로운 우주의 운명을 그들은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