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과거와 마주한 대가
제3장: 과거와 마주한 대가
서연은 호수의 거울 속에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떨리는 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 경험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깨닫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본 진실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잊고 싶었던 고통과 그녀가 외면했던 책임을 되새기게 했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기다리던 월인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연민과 경계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서 진실을 보았느냐?"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제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월인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울이 보여준 진실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네 저주를 푸는 길은 아직 멀었다. 네가 감당해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서연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저주를 풀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지만, 정작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알지 못했다.
"대가라니요? 제가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 있나요?"
월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낚싯대를 다시 잡았다.
"운명의 끈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네가 거울 속에서 본 것은 과거의 단편에 불과하다. 네가 저주를 풀기 위해선, 그 과거와 다시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택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 선택이 옳지 않다면, 네 저주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그는 낚싯줄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 호수는 단순히 물고기를 낚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세상의 모든 인연과 운명을 연결하는 실타래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네 저주는 그 실타래 중 하나와 얽혀 있다. 나는 그 실타래를 찾아 낚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너의 몫이다."
서연은 긴장된 마음으로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월인의 손끝에서 낚싯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호수 깊은 곳에 잠든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잠시 후, 낚싯줄이 팽팽해지더니, 월인은 무언가를 낚아 올렸다. 그의 손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가느다란 실이 들려 있었다. 실은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고, 그 끝에는 작은 붉은 구슬이 매달려 있었다.
"이것이 네 저주의 실마리다."
월인은 그 구슬을 서연에게 건네주었다. 서연은 그것을 손에 쥐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구슬 속에는 작은 불꽃같은 무언가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 구슬은 네가 삼천 년 전 저주를 받을 때의 선택을 담고 있다. 그것은 네 영혼의 일부이자, 네 과거가 응축된 것이다. 그러나 이 구슬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줄 것이다."
서연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다시 선택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제가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인가요?"
월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네가 그때 놓쳤던 것을 바로잡을 수는 있다. 그러나 명심해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네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월인은 서연에게 구슬을 건네며 말했다.
"이 구슬을 쥔 채로 잠에 들면, 네 영혼은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네가 사랑했던 마법사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며, 네가 내렸던 그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네가 그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 저주가 풀릴 수도 있고, 더 깊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서연은 구슬을 가만히 쥐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삼천 년 동안 저주에 묶여 살아왔고, 이제 드디어 그것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제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월인은 차갑게 대답했다.
"실패하면 너는 네 저주 속에 영원히 갇힐 것이다. 그리고 네 영혼은 다시는 이 호수로 돌아올 수 없다."
서연은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저는 제 운명과 마주할 것입니다."
그날 밤, 서연은 구슬을 손에 쥔 채로 잠에 들었다. 그녀는 달빛이 가득한 호숫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구슬 속의 작은 불꽃이 점점 밝아지더니, 그녀의 영혼을 삼켜버렸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삼천 년 전의 자신의 성에서 서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공주의 옷을 입고 있었고, 그녀 앞에는 그녀가 사랑했던 마법사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녀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서연,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서연은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순간이 단순히 추억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의 시작임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할 거야."
서연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자신의 운명과 다시 마주할 준비를 했다.
달빛 아래, 억겁의 인연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